더워도 너무 덥다. 갑자기 이렇게까지 더워질 필요가 있나,, 열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는 않는 우리집은 바로 사우나가 되어 버렸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우리집은 이미 28도를 찍고 있었다. 에어컨을 틀어도 잠시 잠깐일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원상복귀. 작년 여름에도 집이 너무 덥다고 생각했지만, 겨울이 되어서 집 계약 기간이 끝나갈 때 즈음엔 여름의 기억은 사라지고 말았다. 한 순간의 귀찮음이 이 여름을 또 데리고 왔다. 이 더운 곳에서의 여름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위로해 보지만, 이제 겨우 6월 초다... 9월까지 더울텐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남은 건 그저 버티는 것뿐,,, 이 집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전기세를 전 세대가 나누어서 낸다는 건데, 계량기가 하나밖에 없는지 1/n 로 집주인이 계산해서 문 앞에 고지하고 간다. 즉, 내가 아무리 전기를 아끼겠다고 에어컨을 안 켜고 살아도 옆집 사람들이 에어컨 팡팡 켜놓고 살면 나는 에어컨도 못 쐬고, 돈은 돈대로 내는 상황이 된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우리는 모두 한마음이 되어 손에 손 잡고 팡팡 켜고 산다.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역세권과 병세권(병원 바로 앞이다)인 이 집을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 그저 눈 감고 살아가는 수밖에.
날씨가 갑자기 너무 더워지니까 체력이 견디지를 못하는 것 같다. 밖에만 나갔다오면 일단 자야 된다. 몸이 축 늘어져서, 불판 위의 치즈처럼 녹아 내린다. 밖에서는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공기가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지, 공기 분자 하나하나가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하는 것 같다. (온도가 올라가면 포화수증기압이 상승하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공기를 뚫고 걷자니 에너지가 팍팍 깎여버린다.
포화수증기하니까 생각났는데, 물리학은 참 재미있는 과목인 것 같다. (갑자기?) 빛과 에너지, 소리와 파동, 전자기장과... 음 사실 단어조차도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신기하다. 할 수만 있다면 김상욱 교수님을 옆에다 모셔두고 계속 강의해달라고 하고 싶다. 고등학교 때까지 물리를 배우긴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까맣게 잊어버린 건지 아쉽다. 세상에는 알수록 재밌는게 참 많은데, 내 뇌의 용량은 너무 한정적이다.
이번주는 임상병리학과 실습 주간이다. 병리학은 참 어렵고도 신기한 과목이다. 병원에서 병리과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병리학과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다. 우리가 보는 것은 거시적인, 큰 장기이기 때문에 그 안의 미시적인 세계는 알기가 어렵다. 알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게 더 맞을까. 그 큰 조직을 고정시키고, 하나하나 조직을 잘라서 만든 슬라이드는, 표본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과지만, 환자를 전혀 보지 않고 매일 현미경만 들여다보고 산다는 것도 쉽지 않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지만, 내가 하기 싫은건 남도 하기 싫은게 불문율이 아닌가. 진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과인만큼, 이번주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