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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 8일차

여덟 번째: 100일 챌린지를 하면서 내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나

  매일매일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일인 것 같다.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예전부터 다이어리를 쓰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자책하면서 도전해보겠다고 선뜻 생각했는데, 그 결정에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작년에 시작했다면 메이저 실습의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 들뿐. 내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을 한 문장 안에 적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생각하는 게 결국 다 나를 위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그때도 지금도 나의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때보다 나는 나를 조금 더 잘 알고, 그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 하나를 배우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면, 글 쓰는 시간은 많이 빨라진 것 같으나 나의 어휘력이나 어떤 표현력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는 거...?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정말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문장, 표현력 자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냥 책을 읽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바라보기만 했고 나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지금까지는 내 앞에 놓인 글쓰기 task를 해결하는 거로 시간을 보냈다고 할까.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 내 생각을 잘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고, 발표 능력도 조금 상승한 것처럼 느껴지니 이보다 더 만족할 수는 없다.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1/3 정도 남았으므로 끝까지 달려봐야지. 지금부터는 마음에 드는 문장 같은 걸 필사해보는 습관도 하나 길러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 문구, 표현을 생각해보면서 나의 글을 다듬어야지. 아직은 너무 날 것이다.

 

  오늘 정형외과 실습을 마쳤다. 지금까지의 실습을 통틀어서 가장 찝찝한 엔딩인 것 같아 아쉬우면서도 속상하고, 답답하다. 오늘 마지막 일정은 케이스발표였는데, 엊그제도, 어제도 너무 하기 싫어서 계속 미루면서 꾸역꾸역 해냈던 발표는 내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애초에 발표를 봐주는 레지던트 선생님의 피드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투, 내 노력을 무시하는 말투. 무언가를 가르쳐주기보다는 마치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듯한 피드백. 내가 나중에 레지던트가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걸 배웠으니 역시 스승은 스승일까. 우리도 1년의 실습기간 동안 숱하게 발표를 해왔고, 예전처럼 아무 준비 없는 발표는 하지 않는다. 처음에야 멋모르고 이상한 내용으로, 논리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발표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구색이 갖춰졌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레지던트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보기에는 얼마나 답답할까. 이해는 하지만 우리는 배우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지 우리가 얼마나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지 보여주는 발표가 아닌데... 어떠한 방식의 가르침이 좋은 방향의 가르침인가는 또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해서는 안 되는 방향을 오늘 경험했다. 학생은 어차피 정형외과 안 할 거니까 이런 거 알아서 뭐...라고 말하면서 나의 궁금증을 무시해버리고, 그런 건 어디에 적혀있나? 뇌피셜인가? 하면서 나의 대답을 비꼬고... 안 그래도 하기 싫은 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면전에서 이런 푸대접을 받고 나니 오늘 하루가 그냥 버려졌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만 싶었다. 사람 하나로 OS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는 않지만.. 힘들었다.

  그렇게 방금 전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아직도 눈은 반쯤 감겨있지만, 날씨가 추워진 탓에 몸도 흐물거리기 때문일 거야... 금요일에는 시험이 있고, 내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만큼은 컨디션이 좀 풀려야 할 텐데. 날씨도 안 풀리고 컨디션도 안 풀리면.. 그래도 할 건 해야겠지...^^... 오늘.. 힘든 일을 겪은 모든 사람들이 잘 잤으면 좋겠다. 아무 꿈도 꾸지 않고, 편안하게.. 그렇게 온전히 내 몸을 위한 수면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부디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