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대장정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0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성장했을까.
내가 처음 쓴 글부터 시작해서 여태 쓴 글들을 한 번 읽어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다. 그동안 나는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중단했지만,,,) 헤어짐을 경험했고, 아이패드를 사고, 노트북에 유자차를 엎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했다. 거의 매일을 진로에 대해 고민했고, 여전히 나는 길을 찾지 못했다. 이렇게 하나씩 나열하다 보니 여전히 처음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변화라는 건 다 계단식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지금의 길은 평지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가다보면 가파른 성장 곡선이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다.
당장의 성장은 없었더라도, 챌린지라는 선택을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매번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며칠 쓰다 말곤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100일간의 생각들을 담아놓을 수 있었다. 훗날 되돌아보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 그런 글들도 있겠지만, 그것도 나름의 추억 아닌가. 애초부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미래의 나 자신도 과거의 열심히 노력했던 나를 귀여워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 글을 썼다면 쉽게 포기할 수 있었을텐데, 같이 챌린지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참 든든했다. 재미없고, 지극히 사소하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에 누군가는 시간을 써 읽어주었다는 것이 기뻤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생각치 못했거나, 모르던 분야에 대해서 어깨 너머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관심사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는 게 참 신기하다.
그리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여태까지는 시간을 핑계로 외면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이전에 서로 같은 주제를 공유했던 리퀘스트 중 하나가 챌린지가 본인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였는데, 그 글에서도 썼지만 책을 읽게 된 것에 가장 감사하다. 유투브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가치관이나, 이런 저런 생각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여태까지의 나의 가치관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어떤 것들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지, 다른 사람의 어떤 점을 부러워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론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최근에 굉장히 절망감과 위로를 느꼈던 구절이 있는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분투하는 사람보다, 일상에 침몰된 사람이 더 행복해보인다.
라는 말이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어떤 구절이나 책을 볼 때 그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여 버린다. 나는 그냥 생각을 멈추고 나의 일상에 침몰하기를 선택했다. 결론은 나중에 내려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했던 다짐 중 하나는 재미있고 읽기 쉬운 글을 쓰고 싶다는 거였는데, 대부분 나 혼자 중얼중얼 하던 거다보니 어떤 재밌는 글은 못되었던 것 같다.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코로나 사태와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내 삶 자체가 그렇게 평소에 비해 유쾌하거나 활기차지 못했다. 대신에 그 빈자리를 챌린지가 채워주었다. 1부는 이렇게 막이 내리지만, 인터미션동안 열심히 끌어올려 봐야지. 감사하다, 모든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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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는 성형외과 실습이 진행된다. 대학병원의 성형외과는 로컬 병원과는 정말 많이 다른 분위기이다. 그 어떤 상처를 재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일은 8시간짜리 수술 참관이 예정되어 있다... 월요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