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일지

찾았나, 내 사랑?

유느갱 2020. 6. 16. 00:14

드디어 시작되었다.

마취 통증 의학과 실습이..!

마이너 과 중에서 가장 관심 있는 과가 무엇이냐고 하면 마취과였다. 다른 과들은 수업 들을 때도 별 재미도 없었고, 양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는데 마취과만큼은 재밌었다. 마취를 하는 과정을 설명하거나, 마취할 때 사용하는 약제를 설명하는 것이 전부였는데도 그냥 재밌었다. 아마, 봉사활동을 할 때 내가 마취과 교수님과 함께 통증 치료를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큰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 자그마한 경험이 나를 마취의 세계로 이끌었다. 어제부터 마치 실습을 처음 도는 학생처럼 긴장이 되었다. 관심을 표하고 싶었고, 그러기에는 준비되어 있는 사람인 척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었다. 막상 저번 주에 받은 과제를 하느라고 많이 준비하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더 불안했다.

그냥 하루종일 수술방에 앉아서 마취하고, 감시하면서 조금 놀고, 깨우고 그렇게 반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그랬다. 근데 그 과정이 꽤나 역동적이었다. 내가 보는 것은 마취과 job 중에서 일부분일 텐데, 한 수술이 시작되면, 다른 방에서 수술이 시작되고, 또 한 수술이 끝나면 다른 수술도 끝나고. 생각만큼 쉬는 시간이 많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다른 의료진들과 소통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애초에 수술이 끝나고 나면 나의 할 일이 끝난다는 것이 크게 매력적이었다. 다른 과의 경우 퇴근한다고 해도 환자는 계속해서 모니터링 되고 있고, 환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바로 콜이 올 수 있다. 애초에 나도, 환자의 상태가 불안하거나 이유 모를 증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면 집에 가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 퇴근해도 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 일과 나의 삶을 완전히 분리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워커홀릭의 삶을 살고 싶었는데, 요즘은 내 체력과 내 삶의 밸런스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마취과는 내 삶과 일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닌데,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야 하고, 환자의 바이탈이 안 좋아지는 경우 그 모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꽤나 위험한 과다. 특히 요즘은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리스크가 크다. 근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마이너 과 의사 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많아서 TO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존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자리를 위해 마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일단 오늘은 첫날이었으니까 일주일 지나고 나서 또 생각해 봐야지..! 일단,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