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오늘은 정말.. 일어나서 거의 한시도 쉬지를 못했다.
어제 그렇게 늦게 잠들면서 정작 내 발표 자료를 다 읽지도 못한채 실습을 시작했고, 갑작스레 하게 된 발표는 엉망이었다. 아쉬웠다.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하고 좀 읽어볼걸. 하지만 무언가 감지하기도 전에 모든 실습 일정이 끝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다 물어봤다는 거?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오늘은 하나의 추억이 될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자면, 마취를 시작하기 전에 마취를 해도 괜찮은 가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혈압이 180/110mmHg 이상일 때가 그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마취전평가를 통해 환자의 기저질환에 대해 조사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을 갖고 있거나, 협심증의 history가 있는 경우 혈압을 조금 더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오늘 수술한 환자분도 협심증의 history 그리고 고혈압이 있어 혈압을 충분히 낮춘 후에 마취를 진행했다. 계속 수축기 혈압이 200을 넘자 midazolam이라는 약제를 투여하고 산소를 주면서 혈압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혈압이 높은 분은 갑자기 뚝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그럴 때에는 phenylephedrine 또는 비슷한 다른 약제를 사용한다. 마취는 순간 순간 상황을 판단하고 decision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과인 것 같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supraglottic airway device 그 중에서도 후두마스크 삽관에 대한 내용인데, 생각보다 깊게 삽관해야 한다는 점. 인턴 때 다시 파일 꺼내서 읽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 잊지 않고 적어놔야지. 마취과는 이렇게 아쉽게 끝났지만... 아쉬운 점이 있어야 다음이 있다는 것이 나의 모토이기 때문에!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실습일정을 다른 날보다 일찍 마치고 엄마를 만나러 갔다. 아빠 옷을 사드리고 싶다고, 같이 골라달라고 하셨다. 결국 아빠가 원하시는 대로 여름용 얇은 재킷을 구입했다. 엄마는 그 옆에 있는 트래킹화에 관심을 가지셨는데, 예쁘다.. 라고 하시면서 내려놓았다. 신발 가격이 이렇게나 비싼 거였나. 2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나도 조금 놀랐다. 그리고 조금 속상했다. 돈은, 참 사람을 작아지게 만든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 후에 내 수영복을 사게 됐다. 내가 그곳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속옷 세일한다고 문자를 받고 올라간 행사층에서 수영복을 발견했다. 물론, 요즘 열려있는 수영장도 별로 없고, 가지도 않을 건데,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터라 구경을 하고 말았다. 엄마는 나에게 사주시는 것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지만, 그 말도 마음이 아팠다. 엄마도 가지고 싶은게 많은데, 그 마음을 내가 막아선 것 같아서 미안했다. 나는 나의 것보다 엄마의 것이 우선이었던 순간이 있을까. 내가 사들고 간 단호박 식혜로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엄마가 계속 생각난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테니스 레슨을 마치고 오랜만에 친구와 밥을 먹으러 나왔다. 친구의 생일이라 그 친구가 혼자 집에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금요일이고, 집에서 쉬는 게 얼마나 좋은가에 대해서는 마음 깊이 이해하지만, 생일에 집에 혼자 있는 건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게 친구와 정말 많은 주제의 대화가 오갔고, 집에 들어오니 어느새 날은 지나있었다. 다른 친구와 이렇게 오래 대화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부터 시작해서, 의대에 대한 이야기, 유투브에서 본 “백만장자와 결혼하기”까지..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는 진짜 공부해야지. 이렇게 또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