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영화 반도가 개봉했다. 개봉 나흘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로 얼어붙은 극장가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영화에 굶주렸는가! 평가는 극과 극을 내달리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은 내가 보기 전까지는 그냥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렇다할 평론가도 아니고, 생각이 깊은 사람도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래서 오늘은 반도를 보기 위한 준비로 부산행을 봤다. 천만 관객도 넘은 영화를 아직까지 못봤다. 좀비물이 좀 괴랄해서 꺼려하는 편인데, 나는 킹덤을 통해서 성장했으니까 용기내서, 아니 사실 친구를 빌려 함께 봤다^^

부산행은 좀비물이었다.
끝
이라고 해야하나 껄껄 영화가 개봉된지도 어언 4년이 넘었고,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서 영화 내용을 많이 접했다. 중간에 그 유명한 할머니나, 아저씨는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심지어 결말까지도 알고 영화를 봤다는 점이 아쉽다. 근데 러닝 타임 내내 빛나는 수트빨을 보여주는 공유가 있어 참 행복했다...^^
흠흠 공유의 멋짐을 말하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플 사실이니까 다시 영화로 돌아가보자면,
좀비물을 보면 대개는 주인공의 서사(그러니까 영웅)- 좀비의 탄생 비화- 위기- 절정- 결말 이렇게 이루어지는 듯하다. 무서워서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결국에는 어느 영웅물과 다르지 않고, 단지 주인공을 힘들게 하는 요소가 좀비라는 것. 부산행에서는 좀비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데, 어떤 바이오회사로부터 시작되었고, 헬기에서 좀비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감염시켰다는 영상만 짤막하게 보여준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했는지 보다는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더 보여준다. 아쉽지만 반도도 있고, 애니메이션 서울역도 있는 걸 보니 감독의 세계관은 훨씬 넓은 것 같다. 반도에서는 설명을 해줄까.
공유는 개미핥기라고 불리는 증권사 펀드매니저이자, 바빠서 아이를 놀아주지 못하는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그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속에는 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서는 부성애가 부각되는데, (뭘 하고 있는지 엄마는 전화를 받지도 않는다.) 좀비와 물리적으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남자들이라서 그런걸까. 아직도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일만 죽어라 하고, 가정에는 소홀해도 괜찮은 고정된 이미지라는 것이 좀 답답했다. 그럼에도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의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치트키 같은 카드. 아버지도 일만 해야 한다는 무거움에서 벗어나고, 엄마도 가정에 충실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역시 사회는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나보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들은 희생하고, 마지막에 살아남는 사람이 임산부와 아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켜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감동을 유발한다. 공유가 좀비화되어서 수안이를 처음 품에 안은 순간을 기억하는 걸 보고 나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런거지. 나도 대중이니까.
4년이 흐른 지금, 반도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빨리 보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