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공부

나는 카카오톡 채널의 중독자이다.
하루에 카카오톡 채널에서 소모하는 시간들을 합치면 꽤나 될거다. 하지만 굳이 시간을 재보려고 하지 않는 건, 그냥 그 시간들을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으로 내 생각을 끝내기 위해서다.
해결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억지로 막아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에는 나의 의지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
포기했다! 톡을 하나 보내고 나서 터치 한 번이면 접근이 가능한 게 진짜 말이 안된다. 이렇게 쉬운데 어떻게 안할 수가 있을까. 카카오톡을 안하면 안했지, 카카오톡을 하면서 채널을 보지 않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
카카오톡 채널에는 다양한 커뮤니티의 게시글들이 올라온다. 아주 다행인건, 맞춤 알고리즘까지는 아니라는 점인데, 완전 제로베이스는 아니겠지만 만약 유투브처럼 알고리즘이 생성된다면 그건 아주 큰일이다. 대부분은 사람들이 드립을 치는 게시글들인데, 몇시간 후에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와도 내용물이 기억이 안나서 다시 클릭하게 되는, 아주 소모적인 글들이다. 그런데 가끔은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글들이 올라오는데, 위의 사진이 바로 그 게시글에서 발견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는 Jaenette hägglund, 스웨덴 출신이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색감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오는데, 사람이나 물체가 생동감있게, 역동적으로 다가오는 느낌보다는 정적이지만 선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온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아무튼 단적으로는 애플의 감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처음은 서울의 하얀색 건물들을 담으려고 했지만, 한국의 아파트를 보고서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대부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좁은 공간에 사람들을 꽉꽉 채워넣을 심산이었는지, 블록 쌓기처럼 건축된 느낌이다. 어떤 디자인적인 요소보다는 효율성으로 지어진 건물같달까. 아파트 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건물을 보면 정말 네모네모하다. 아닌 건물들은, 서울 시청이나, DDP가 있을 것 같다. 규제도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되어서, 높이도, 디자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보니 건물들이 비슷한 디자인이 되어갔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 예쁜 건축물이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작가의 시선을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신기하다. 그저 사진 몇 장을 봤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바깥의 풍경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건축물들의 형태, 선, 그리고 여백을 채워주는 하늘. 작가들의 사진을 보면 늘 심미안이 경이로웠는데, 그렇다고 내가 이 작가처럼 서울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라는 느낌보다는, 나의 시각도 교육으로 비롯되는 것도 일부분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지나갔다. 매일 지나가고, 바라보았던 풍경이 다르게 보일 수 있구나. 매일 풍경은 조금씩 달라지는 구나.
이렇게 나는 오늘도, 카카오톡 채널을 보는 이유 하나를 얻어갔다. 그렇다, 결국엔 자기 합리화의 길이다. 사람 3명이 지나가면 한 명은 나의 스승이라고, 카카오톡 채널의 글도 3개....는 아니고 30개 보다보면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거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