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오베라는 남자

유느갱 2020. 8. 17. 23:53

누군가 나에게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항상 «오베라는 남자»를 말한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우리나라 관객 수는 9.6만명에 불과했다. 나도 영화관에서 보지는 못했고, 이 영화를 어쩌다 보게 되었는지도 기억나지도 않지만 (아마 네이버 영화 무료여서 보게 된듯..) 선물같이 찾아온 영화였다.

누구나 살다보면 인류애가 떨어지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가만히 있다가 뒷통수를 맞는 경우도 많으니 그냥 버티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 오베는 세상을 향한 문을 닫아둔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을 일한 직장에서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하고 유일한 인생의 동반자였던 아내 소냐가 세상을 떠난 뒤 삶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러나 자살을 시도하려던 순간 이웃들이 뭘 빌려달라며 들이닥치고 계획은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 새로온 이웃인 파르바네와 얼떨결에 친해지게 되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 소냐와의 추억들이 회상 씬으로 등장하는데, 그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없다. 영화 노트북의 레이첼 맥아담스가 절로 떠올랐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오베가 아내의 묘비를 찾아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감정을 내비칠 때면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절로 오베를 사랑하게 된다.

결국 사랑이다. 죽고싶을 만큼 힘든 세상이지만, 그걸 이겨내는데 필요한건 사실 그렇게 큰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한 마디 말, 조금의 관심으로 세상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으면 안할 이유가 없지. 그렇게 나의 인류애를 이 영화를 통해 채운다. 개인적으로는 포스터가 굉장히 아쉬운데, 삶이 힘든 순간이 온다면 한 번 쯤은 오베를 들여다 보자!

포스터 누가 만든거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