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어제 재미삼아 본 타로에서, 당분간 연애는 글렀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면적으로는 지금 금전적으로 좋고 삶의 균형이 맞아 스스로 만족하고 있으나,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소개팅을 갈구하는 그런 상태라나.. 마지막 결론은 감정을 쏟을 수 있는 다른 걸 찾아봐라 였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한지!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 라는 드라마 제목이 떠올랐다. 그렇다! 아주 가끔은 연애를 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감정들 그리고 삶의 원동력이 되는 듯한 기분이 그립다. 대부분은 그 모든 것이 귀찮게 다가오지만.
요새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감정이 마치.. 고요한 호수같다. 코로나나 의료진 파업 등 잔잔하고 지속되는 스트레스를 제외하고는 크게 동요되는 일이 없다. 두 가지 다 너무 큰 일이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으니까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언제 웃었나, 곱씹어본다.
한 번은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지난 방송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정신과 전문의가 나와서 사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 코너였는데 이번 사연은 자신이 오지랖이 넓은 건 알고 있지만 진심으로 하는 조언들이 친구들에게 닿지 않아 슬프다는 사연이었다. 전문의는 사연자 부엉이(별밤 청취자의 애칭이다🦉)가 강박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편이고, 학창시절 친구들의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는 시기에는 조언에 관심을 갖겠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아무리 친구여도 타인의 말이 듣기 싫어진다고 했다. 사연자는 자신이 젊은 꼰대가 되는 것은 싫다고 했지만, 사실 젊은 꼰대가 맞다고.. 이나DJ는 꼰대가 방송용으로 적합한 표현이 아니라 '곤대'라고 말하겠다고 했는데 그 순간 웃음이 터져버렸다. 진지하게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듣다가 훅 들어온 곤대는 어이도 없고 귀여웠다. 웃음이 터진 장소가 한강이라는 점이 걸리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자애 혼자 서있다가 혼자 웃었으니 좀 무서웠으려나?
두 번째도 라디오를 듣다가 웃게 되었는데, 또 별밤을 듣고난 후였다. 밤에 비도 시원하게 내리겠다, 산책하려고 나섰다. 불 하나 없는 골목길. 타닥타닥 내리는 빗소리. 그리고 따듯한 목소리. 걷다보니 별밤이 끝나고 다음 방송이 이어졌는데 오프닝 노래가 포스트말론의 circles가 아니던가! 좋아서 비트를 타며 걷고 있었는데, DJ가 나와선 내 맘대로 하는 차트~ 안무가 훌륭한 아이돌 노래 베스트 10! 10위곡부터 들려드립니다~ 하고 갑자기 따따따따단 다 하면서 인피니트의 BTD가 나오기 시작했다. 풉. 열심히 산책하면서 쌓아온 감성 에너지가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걸로 인생을 논하는 것도 웃기지만, 감성에 젖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새삼스럽지만 감정이라는 게 참.. 내면에 집중되기가 어렵다. 별 거 아닌 일에 웃기도 하고, 갑자기 TV 보다가 울기도 하고.. 나의 감정을 더 찬찬히 들여다 봐야겠다. 내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