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수고하셨습니다.

유느갱 2020. 10. 31. 02:18

2020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이제 단 한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며칠전 우천 취소되었던 NC-KIA전이 내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까지 순위를 결정지을 수 없어 짜릿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144경기의 끝이 어느새 이렇게 와버렸다. 물론, 진정한 승부처인 가을야구, 라고 하기엔 너무 추워져버린 포스트 시즌이 남아있지만 수고한 10구단에게 시원섭섭한 순간일 것이다.

야구는 인생에 비유되는 경우가 참 많다. 9회말 2아웃에서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듯이, 야구는 마치 인생처럼 끝날 때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구창모의 10승 무패투구, 루친스키 시즌 20승 등, 바라는 대로 이뤄지는 경기는 왜 없는지! 성공한 인생,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도 결국 다 정의하기 마련이기에 승패를 따지고 싶지 않지만, 나도 내 인생에서 언젠가는 있을 벼락같은 홈런 한 방을 기대하게 되는건 사실이다 .

지는 줄만 알았던 오늘의 경기를 살린 알테어의 솔로포처럼.


또 야구는 기-승-전-결이 있는 스포츠다. 안타 하나로는 점수를 낼 수 없다. 주자가 1루 2루 3루 베이스에 한 명씩 쌓이고 난 후 터진 안타만이 점수를 만들어낸다. 홈런을 제외하면 나 혼자 안타를 낸다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아무리 홈런을 쳐도 경기의 결과와는 이어질 수 없는데, 주자가 쌓인 후 터지는 홈런은 더 큰 타점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전략 스포츠라고 할 수 있겠다. 경기가 스피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 또한 인생을 생각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야구에는 ‘고의사구’ 라는 것이 있다. 볼을 4개를 던지면 볼넷으로 주자가 출루를 하게 되는데, 포수와 투수 배터리 조합 또는 감독이 전략으로 장타에 강한 선수와 승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투수도 공을 적게 던져 체력을 세이프하고, 좀 더 막을 수 있는 다른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 대신, 1루에 주자가 채워져있다는 부담을 안고. 두 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작전이겠다. 이렇게 내가 장황하게 말을 하는 이유는, 오늘의 나에게 있어 그런 날이 아닌가 싶다는 합리화를 하기 위해서다. 이상하리만치 공부하기 싫고 딴짓만 찾게 되는 날이 있다. 이정도면, 오늘 하루를 좀 보내줘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신 내일을 열정있게, 불태우며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말이다. 지지부진 했던 오늘의 나, 그리고 오늘의 승부는 잊고 내일 더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