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갱 2020. 11. 5. 01:33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영상을 몇 개 보았다. 어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서 10분간은 핸드폰을 보지 않는 원칙을 세워 침대 위에 누워있는 시간을 줄였다고 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매일 아침 해야할 일들을 적고, 매 시간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적어보면 어떤 것들을 했고, 또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했다. 다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인데, 참 쉽지 않다.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규칙적이고 심도깊은 자아성찰을 한 건 아니겠지만, 막상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들어보면 다들 참 열심히 살았더라.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그렇게 해봐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눈을 뜨자마자 아주 자연스럽게 유투브를 들어갔다. 자괴감이 들어서 금방 내려놓긴 했지만 아침 요가를 한다는 핑계로 다시 들어갔다. 결국 또 오후가 되었다.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자꾸 다른 생각이 들었다. 집중을 하다가 잠깐 놓치면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들이 이어졌다. 날씨가 너무 추워졌는데 긴 팔 운동복을 사야하는 게 아닐까, 이전에 알아봐뒀던게 있는데 이정도면 좋을까, 선크림을 다 썼는데 전에 유투브에서 봤던 그 제품을 살까, 갑자기 이것저것 다 사려면 너무 소비를 많이 하는게 아닐까, 고민만 늘어졌다. 막상 결제를 하려고 페이지를 들어갔는데 카카오페이가 태블릿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떠올랐다. 그렇게 또 미뤄졌다.

전문의 시험 공부를 앞둔 선생님들이 집중하는 방법을 잊은 것 같다고 걱정하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책상 앞에 앉으면 바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조금만 공부하면 딴짓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보면 심리적인 요소나 물리적인 요소 모두 집중을 방해하는 것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인터넷 접근성도 너무 쉽고, 버튼 하나면, 클릭 하나면 정보들이 재밌고 신나는 정보들이 마구 쏟아지니 말이다. 트럼프냐 바이든이냐. 지금까지도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선거 결과를 보고 있으니 드라마가 따로 없다. 아니, 사실 지나가던 바람만 봐도 와, 가을이네, 이렇게 가을이 가는구나 하면서 또 샛길로 빠질거다.

분명 오늘 생각했던 진도를 모두 마쳤지만, 내 머릿속에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는 꼭 일어나자마자 핸드폰 안보겠다고 다짐해야지. 아, 대선 결과만 확인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