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MBTI를 비롯한 여러 성격 유형 검사를 하면 늘 나오는 질문이 있다.
-당신은 계획을 세우나요, 즉흥적으로 하나요?
최근 유행했던 FLOWER test에서는 이렇게 물었다.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당신은 그 주변에 있는 것들을 보고 있나요, 집에 가서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나요?
비슷한 맥락의 질문인데, 정반대의 대답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알고 있던 유형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나보고 자존감 높은 수선화란다. 아니, 내가? 지킬과 하이드가 따로 없네.
그동안 숱하게 자존감에 대해 고민을 하고 살았다. 아마도 고등학교를 특목고로 진학하게 되면서 시작된 것 같은데, 입학고사 성적을 보고 일반고로 전학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며 권유하던 선생님, 그리고 외모 콤플렉스로 힘들어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서있을 곳을 잃었다. 공부를 하고 있지만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었다. 그 무렵 우리 가족에게도 큰 사건이 있었지만, 아무도 내게 말하지 않았고, 나는 나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행복한 대학생활을 보내고, 나는 다시 자존감의 늪인 이곳으로 스스로 들어왔다. 심지어 고등학교 이력을 발판 삼아서. 본과 1학년부터 시험은 쏟아졌고, 매 시험마다 9등까지 공개되었다. 증명사진도 함께. 지금까지도 누가 이번에 몇 등이라더라, 누구는 몇 개를 맞았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점수가 본인이 되고, 그게 자신의 존재감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이상한 곳.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야하나. 동기들을 만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나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올해 내내 코로나탓을 했는데, 결국은 내 성격까지 바꿔놨다니, 좋다고 해야할지.
애석하게도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으니 당분간은 해야하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 아, 수선화에 이런 성명이 있던데.
대충 살고 있지만 난 성공할 것 같아요.
나는 짱이니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