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인생은 대개 꼴사납고 남부끄러운 일의 연속이다.
만약에, 를 여러 번 곱씹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영 잠이 잘 오는 날이 있다. 몸은 피곤한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엊그제가 꼭 그랬다.
그럴때면 이상하게, 아니 당연하게도 부끄러운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태원에서 치마가 올라간줄도 모르고 마냥 행복하게 걸었던 때(감사하게도 지나가던 분이 말씀해주셨다), 엑스와 길거리에서 싸웠을 때, 술을 마시고 했던 헛소리들 등등. 당시에는 부끄럽지 않은 척하면서 철판 깔고 넘어가놓고선 다시 되짚어보면서 혼자만의 늪에 빠지는거다. 그 때 왜 그랬을까,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해야했을까.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생각할 시간 없어 자야돼, 라는 생각은 덤.
시험이 다가올수록, 생각을 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수록 더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그러면 또 그 생각들이 고스란히 꿈 속에서 나타난다. 심지어 더 구체화되고, 따로 했던 생각들이 한데 뭉쳐서 나오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뭘까.
최근에는 요가 니드라 영상을 틀어놓고 잠에 들기 시작했다. 영상을 들으면서 잠을 청해보려고 해도, 그걸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들이 있지만, 다시 또 내 몸에 집중하려고 애쓴다. 생각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니까. 신기한게, 내 몸에 집중하다보면 또 잠이 든다. 영상 댓글을 보면 끝까지 들은 적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나처럼 잠을 이루다 못해 여기까지 온 것이겠지.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