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일지

평범한 날의 생각들

유느갱 2020. 2. 17. 23:08

 병원 실습을 시작하면 매일매일 실습 일지를 남기고자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는데, 오늘 실습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 좀 멋쩍다. 오늘 일정은 교수님께 과제를 받은 정도..? 물론 그 과제가 조금 힘들었지만, 오늘은 실습보다는 내 일상생활을 더 많이 한 날인 것 같다허허

 이번 주와 다음 주는 감염내과 심화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배정받은 교수님이 젊고 연구를 열심히 하는 교수님이다. 실습을 돌면서 가장 유의 깊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교수님 스타일인데, 보통 젊은 교수님들이 열정적이고 (어느 직종을 가도 비슷하겠지만) 학생들에게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 본받을 점이 많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김사부처럼 트리플 보드에, 연륜도 있고, 능력도 있고, 제자들에게도 관심 많은 교수님은 실존할까? 조금 씁쓸하지만, 여러 교수님들의 모든 장점을 끌어모은 상이 김사부인 것 같다. 거의 근접한 교수님들을 몇 분 보긴 했는데, 회사에서 임원 자리까지 버티는 사람이 소수인 것처럼, 병원에서 또한 교수로 남는 사람은 소수라 그런가. 흠흠..

 저번에 만난 선생님께서 어느 과를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떤 과에 가고 싶은 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싶은 지는 생각해 놓아야 그런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정말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어느 과를 가야 평생동안 할 수 있을지, 나는 어떠한 사람이고, 어떤 의사가 될 수 있을지. 지금은 그저 병원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또 집에 와서는 그에 걸맞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뿐.물론 아무것도 없는 선상에서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전문직의 길을 걷고 있는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고 감사해야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모두가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점점 의료가 서비스화 되어가고 있고,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앞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하려고 해도 사회에서는 우리를 이기주의 집단으로 생각하고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플 때도 있다.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을 옹호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나라는 중심을 잘 잡고, 나부터 그렇지 않은 의사가 되는 것. 그거 하나는 반드시 지켜야 하겠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의사는 체력도 좋아야 하는데,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갑자기?) 내일 또 열심히 실습 해야지. 후회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