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갱 2020. 3. 16. 00:53

  혼자 있으니 밖에서 밥을 먹기가 참 힘들다. 혼밥 하는 거 자체가 민망하다거나 하진 않지만 심심하긴 하다. 그렇다고 이어폰을 끼고 먹자면 저작운동을 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영상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기숙사에 살 때에는 혼자서도 잘 챙겨 먹었는데, 남이 차려주는 밥상이 이렇게 편한 것이었다니. 집에서 혼자 요리하는 건 손에 꼽을 정도이고, 집에 후드가 없다는 핑계로 뭘 잘하려고 시도하지도 않는다. 오늘은 두꺼운 삼겹살이 먹고 싶었다. 집에서 구워 먹자니 그걸 다 차리고 치우는 것도 너무 귀찮고, 또 원룸이라 환기도 잘 되지 않는데 온 집안에 냄새가 밸 것을 생각하자니 캄캄했다. 그래서 어느 삼겹살 집에 들어갔는데 1인분이 안된다고 하더라,, 사실 2인분 시켜서 다 못 먹는 건 아니었지만 내 주머니가 나를 말렸다. 조금 귀찮더라도 저를 아껴주세요.. 하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다음에 올게요.." 하고 다른 삼겹살 집을 지나가는데, 일요일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각기 모여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고, 옆에 있는 양꼬치 집에는 친구 커플이 있었다. 아침에 늦잠도 자고, 가고 싶은 카페도 가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했는데 막상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보니까 문득 외로웠다. 마음 안 맞는 사람과 식사자리는 정말 불편하지만, 하루 종일 입 한 번 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만만치가 않더라. 사람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서 배달 삼겹을 시켜먹었다. 밖에서는 1인분 안해주는 곳이 많지만, 배달해서는 거의 모든 걸 다 먹을 수 있었다. (1인분 시키면 배달 팁이 많이 붙는 게 함정이지만 ㅠㅠ) 요새는 회뿐만 아니라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배달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삼겹살이 먹고 싶었기에 바로 삼겹 도시락을 시켰다. 구워 먹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참 맛있었다. 반찬 3개, 목살+삼겹, 그리고 밥. 방금 전까지는 외로웠는데 고새 까먹고 TV를 친구로 삼아 맛있게도 먹었다. 점심에도 배달음식, 저녁에도 배달음식. 하루 종일 배달음식 치우다가 시간 다 보낸 것 같다. 시켜먹는 거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원룸에 살다 보니 분리수거할 때에도 냄새나지 않게 관리해야 하고, 참 귀찮은 게 많았다. 입이 짧아서 보통 1인분을 시켜도 다 먹지 못하는데, 그러면 남은 음식물 처리도 곤란하다. 하루 종일 가만히 있는 것도 싫다고 하면서 막상 집안일은 왜 이렇게 하기가 싫을까! 안 하면 마이너스, 하면 제로인 집안일...

  다시 혼밥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맛있는 건.. 역시 나눌수록 좋은 것 같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혼자 있다보면 친구한테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게 된다.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래서 사람들이 SNS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내일은 또 뭘 먹을까.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잠이 들면 꿈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꿈은 치킨이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