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느갱 2021. 1. 30. 23:44

인간의 체력은 왜 기르는 데 걸리는 시간과 떨어지는 시간이 다를까.
지난 6개월 간, 체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달렸다. 매일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어디 명함 내밀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쌓이던 러닝이 200k를 넘었다. 처음에는 3k씩 겨우 달렸는데, 4-5k까지 거리를 늘렸다. 페이스를 줄이고 싶었는데, 한 번 스피드 러닝을 했다가 부상을 입고 나니 안되겠더라. (각자 맞는 옷이 있듯이, 나에게 맞는 러닝 스타일이 있는 거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나름 열심히 키워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오만이었다. 17일 만에 나간 한강은 차디 찼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하루종일 앉아있기만 했더니, 달릴 준비가 전혀 안 된 몸이 되어버렸다. 스트레칭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 뿐이었다. 초반에 가볍게 달리면 몸 풀리겠지, 그리고 운동이 끝난 후에는 다리가 생각보다 안아픈데? 라며 퍼졌다. 그렇게 내 종아리 근도 퍼져버렸다...

오랜만에 본집을 가려고 집을 나서자 마자 통증이 시작되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종아리근이 요동을 쳤다. 신발은 왜 하필 또 컨버스를 신고 왔을까. 인간의 다리는 얼마나 유기적이고 협력적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운동의 기본은 스트레칭이다. 정말 그렇다. 게다가 이렇게 추운 날에 운동을 해놓고도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다니, 이건 나의 몸에 학대를 한 수준이다. 발목도 좋지 않으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러닝을🤦‍♀️

안 좋은 예감은 늘 빗나가는 법이 없다.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갔던 모든 것들은 내 뒷통수를 세게 치는 날이 왔다. 지난 연애가 특히 그랬다. 바꿀 수 없는 가치관과 신념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처만 남을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는 꼭 스트레칭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