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아빠의 청춘

유느갱 2021. 2. 11. 22:07

아빠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한 평생을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보통 몇 개의 직업을 가지게 될까. 노인 취업률 1위이면서 노인 빈곤율도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하나의 직업으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돈을 버는 것도 이제는 크게 감사할 일이 되었다.

내가 태어난 후로 아버지는 직업을 2번 바꾸셨다. 내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의 삶은 제대로 들은 적이 없는데, 이렇게 알게된 김에 여쭤봐야 겠다. 몇 년 전에 직업을 바꾸신 후, 직업 만족도는 다른 때에 비해 높으셨지만 일주일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하셨다. 주말에도 매일같이 출근을 하셨고, 출근 날에 비례해서 음주 횟수도 늘어만 갔다.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차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지루함을 찾지 못하고 캠핑을 하게 된 거다. 아버지의 사그라들었던 열정이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매일 밤 열렬히 당근시장을 다녔던 아버지, 2달간의 준비 끝에 오늘 첫 차박을 나오게 되었다.

불멍

차에 엄빠와 나란히 누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사실 손이 매우 시렵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아직 나에게 면허가 없다. 하지만 어제로 다시 돌아가는 능력이 있더라도, 나는 이 곳에 또 누워있을 거다.

언제 또 차박을 나오게 될지 모르겠다. 근데 한 번 뿐이었대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