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혼자라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내가 알아챌 틈도 없이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같이 있었던 시간들을 혼자만의 시간으로 채워가고 있고, 가끔은 외로워도 받아들이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하고 싶은 말들,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다 희미해져 가고 있다. 아직 분노의 감정은 조금 있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고 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또 그렇게 시간을 보내봐야 지.
그렇게 오늘 테니스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나에게 테니스는 참 애증의 스포츠이다. 의대에 처음 들어와서 호기롭게 시작한 운동 중 하나인데, 운동신경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나의 몸은 테니스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수영도 거의 발차기만 몇 주 하고 시작했는데, 테니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공을 보라고 하는데, 공이 안 보이는데 뭘 어떻게 보라는 건지 허허 아직도 공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ㅋㅋㅋㅋㅋ... 눈물..) 그래도 처음에 비해서는 정말 많은 발전을 했다. 일단 공이 넘어가기는 하니까... 근데 운동이라는 게 계속해야 늘고, 그렇게 재미를 붙여야 할 수 있는 건데, 실력과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고, 내 실력은 그렇게 저공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기가 테니스를 새로 시작한다고 하길래 다시 내 잔잔한 테니스 마음에 물결이 하나 일렁였고, 그렇게 정신 차려보니 나는 코트 위에 있었다. 오랜만에 치니까 정말 재밌었다. 힘들면서도 몸을 움직이니 몸은 점점 깨는 것 같았다. 역시 나는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가만히 앉아있는 건 딱 질색이야. 그래서 공부도 잘 못하나 보다..^^; 이번에 시작한 테니스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배움은 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같이 시작해 준 친구에게 고맙고 그 마음 모아서 앞으로도 또 열심히 해봐야겠다.
내일부터는 흉부외과 실습을 돈다. 우리병원은 CS 파트 수술이 많지 않은 편이라, 얼마나 많이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김준완 교수님 같은 교수님은... 사실 없다. 근데 의사들도 존경하는 과 중 하나인 흉부외과는 어떤 환자들이 있고, 어떤 일들을 하는지 또 배워봐야지. 내일부터 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