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피어싱....!!!!

유느갱 2020. 5. 3. 00:03

할까 말까 고민만 한 것도 어언 1년 즈음.. 오늘 드디어 마음 제대로 먹고 피어싱을 하러 나왔다. 매일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어느 위치에 할까, 어떤 모양을 할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보냈는데, 결국 나는 겁쟁이라 귓볼 끝점으로 위치를 결정했다. 맨 처음에는 귓바퀴를 하고 싶었는데, 머리카락이 걸린다는 후기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 앞섰다. 성격상 귀찮게 매일 관리하고 싶지도 않았고, 수술방 모자를 쓸 때마다 귀에 걸리면 얼마나 아플지 상상만 해도 귀가 아팠다. 그러면 그냥 안 하면 되지 않느냐!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그 예쁨을 본 이상 없던 일로 할 수 없었다. 예쁜 건 예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내가 결정한다. 라는 온갖 미사여구를 다 붙여가면서 말이다.

막상 피어싱 샵에 들어가보니 내가 인터넷으로 찾아봤던 것은 정말 새발의 피였다. 일단 피어싱의 종류 자체가 여러가지 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서지컬 피어싱, 그냥 14k로 하는 피어싱, 귀걸이로 뚫는 것까지. 원래도 무언가를 잘 결정 못하는데, 갑자기 내 앞에 놓여진 선택지가 너무 많아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냥 하겠다고 왔는데.. 그렇게 거의 삼십분을 피어싱 샵에서 계속 왔다,,,갔다,,, 직원 분도 나한테 와서 설명을 해주셨다가, 사라지셨다가를 반복했다. 서지컬은 두껍고, 14k는 그보다는 얇은데, 자주 바꿀 생각이고 조금 더 저렴한 것들을 사용하려면 서지컬이 낫다고 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14k로 결정내렸는데, 서지컬이 생각보다 너무 피어싱인 것 같아서였다. 생각보다 투박한 느낌이 있어서 부담스러웠다. 피어싱을 바꿀 때마다 피어싱 샵에 가야하는데, 그렇게 자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도 한 몫했다. (근데 벌써부터 교체하고 싶은건 어떡한담) 그렇게 나는 피어싱 세계에 입문했다. (짝짝짝)

피어싱을 하기전까지 고민했던 건, 내가 피어싱을 왜 하고 싶은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무언가 달라지고 싶었고, 내가 보았을 때 예뻐 보이거나,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더 늦어지기 전에 하고 싶었다. 그런데 친구와 대화하던 중에 내가 피어싱을 하고 싶다고 하니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거야. 내 몸에 상처내지마.’ 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걸 이렇게 풀고 싶었던 거구나. 그걸 받아들이고 또 고민했다. 그런데 결론은 일단, 해보자 였다. 그리고 지금 기분이 참 좋다. 이렇게 하루 하루 보내는 거지 뭐! 에피쿠로스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