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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도, 괜찮아

유느갱 2020. 5. 16. 01:32

시험이 끝났다!

하나씩 되짚어보면 잘한 건 하나도 없지만, 이전만큼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기에 사실 할 말은 없다.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으나, 생각보다 긴장이 더 안 됐다.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열정도 생기고, 절로 노력했을텐데 그 정도의 욕심은 아니었나보다. 준비 기간도 더 짧게, 물론 나름 시험이라고 배는 아팠지만 (늘 그랬듯이) 이렇게 안 떨려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계속 혼자 공부하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실기 시험으로는 예전만큼 자극이 안 오는 걸 보니, 다른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스스로 불을 지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더불어 자전거 타다가 다친 후로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해지면서 더 지루해 졌다.

한편으로는, 내가 혼자 있다가 사회에서 고립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있고, 학교에 속해 있지만 내가 그 구성원으로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들기 때문인 것 같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수님도 찾아뵈었고, 시험도 쳤지만 이 고민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 답은 사실 알고 있는데, 오늘 시험 치고 난 후에 갑자기 쓸쓸함을 느껴서. 그래서다. 작년에 같은 시험을 볼 때만 해도 나는 자발적 아싸 행세를 했는데, 매일 만나던 사람이 있었으니까.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야 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꼈다. 주변의 사람들을 애써 모른 척하고, 그 사람한테 시간을 쓰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쓰는 시간이 아까웠다. 다른 사람은 없어도 그 사람만은 내 옆에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으니까. 그 사람은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이었는데, 그 다른 점에 끌려 만났다가 서로 다름만을 확인하고 갈라졌다. 그런데 오늘 시험이 끝나니까 느껴졌다. 나는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 시험을 치고도 편하게 피드백을 나눌 사람이 없구나.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은 꼭 사람이 필요한가, 라는 거다. 철저히 혼자인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여태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포기했던 요리도 해보고, 쉬고 싶으면 쉬고, 공부하고 싶으면 하고.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 거라고, 앞으로 내가 살면서 자양분이 될 수 있는 독서라던가, 영어 공부라던가.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은 적기다. 글쓰기 챌린지는 끝을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책을 읽기 시작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하고 싶었던 말들, 문득 떠올랐던 말들이 다 허공에 사라졌을 것이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나날들이었지만 되짚어 보면 하루에 한 가지 씩은 무슨 일이 있었을 테고, 기억 속에서도 잊혀질 뻔한 일들이 글로 남겨졌다는 것이 참 소중하다.

이야기가 조금 산으로 간 것 같지만, 그냥 스스로 위로해 보고 싶었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오늘 시험 잘 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적당히 해낸 것에 감사하다고, 고생했다고. 요컨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