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피곤하다
아침에도 겨우 일어났고, 겨우 출근했는데, 집에 이 시간에야 들어올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 건 아니었는데, 병원에서 과제를 하다보니 다른 친구들이 많았고, 그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정말 피곤한데, 불편한 사람들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몸만 피곤하다. 혼자 있었다면, 이시간에는 잠을 자고 있었겠지만 그럼 내일도 덜 피곤하고 좋겠지만 그래도 기쁘다. 친구들이 나한테 고마움을 느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친구들이 와 이 누나 다 알아 하는 칭찬이 듣기 좋은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재밌었다. 나는 진지한 면이 있으면서도 아직 재미를 추구하는 재미형 인간인 것 같다. 철은 좀 들었지만, 지금처럼 많이 웃고 즐겁게 지내고 싶다. 막상 내일이 되어서 나의 일을 만약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면 좀 후회가 될까. 일단은 지난 시간이니까, 많이 웃은 걸로 만족해야지;)
아침에 또 급하게 출근하는데, 집 앞에 이상한 하얀 물체가 있었다. 지나가면서 좀 더 가까이 봤더니, 그게,
쥐였다.,,,
그것도 통통한 쥐..., 길거리에 있는 쥐는 대부분 회색 쥐거나 좀 꼬질꼬질한 느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통통한 햄스터 같은 쥐가 한 마리 죽어있었다. 아침이어서 정신없이 뛰어갔으니 망정이지, 만약 천천히 걷다가 쥐를 발견했다면... 정말 끔찍하다. 우리집 앞에 살고 있는 고양이가 물어다 놓은 것 같았다. 집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다 고양이를 보고 먹을 것 마실 것, 잘 곳 다 마련해주어서 보은을 하는 것일까. 어디선가 고양이가 쥐를 잡아오거나 벌레를 잡아가지고 오면 보은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보니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망설여졌다. 그게 동물의 본능인 건데, 사람이라는 존재가 고양이를 그간 보고 싶은 대로만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근데, 내일 아침도 혹시 쥐가 있을까 좀 걱정된다. 방금 집에 들어오는 길에도 예민해서 깜짝 깜짝 놀라면서 왔다. 고마운 일이지만, 익숙해 지는 건 힘든 것 같다.
오늘의 실습은 81세 할아버지 마취였다. 목뼈에 강직성 척추염이 있어 목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분이셨는데, 기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폐도 좋지 않으셔서 하반신 마취, 즉 척추마취를 진행해야 했다. 마르기도 엄청 마르신데다가, 다리도 좋지 않으셔서 새우등 자세를 취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허리에도 척추염이 심하게 진행되어 있어 척추 마취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방향으로 접근을 해도 척추까지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거미막하 공간에 바늘이 들어가야 했는데, 척추 사이가 굉장히 좁아져있고, 또 척추 경화가 있어 결국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척추 사이의 공간으로 바늘을 계속 찔러야 했는데, 할아버지도 많이 힘드신지 계속 아파하시면서 ‘그만해요..’ 라고 하시는데 정말 속상했다. 마취는 정말 어려운 술기들이 모여있는 과인 것 같다. 내일이 마지막인데, 더 좋은 컨디션을 위해 빨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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