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패드가 처음으로 갑자기 꺼졌다! 덕분에 쓰던 글이 다 날아갔다. 당황스럽다. 부디 한 번 일어난 이벤트 같은 것이길... 전자기기는 늘 어렵다. 그러고보니 노트북도 어느샌가 cpu 팬이 잘 안돌아가는 것 같던데, 발열이 더 심해지는 거 확인해보러 간다는 걸 계속 미루고 미뤘다. 좀만 더 여유로워지면, 꼭 가야지. 가면 돈이 많이 깨질 거라는 생각에 치과만큼이나 안 가게 된다. 고장나서 아예 바꿔야하기 전에 가야하는데. 다짐 또 다짐.
정확한 계획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인다. 정작 계획을 짜는 친구는 그 계획에 스스로 제약이 걸려서 안좋다고, 계획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싫다고 하는데, 나처럼 무계획으로 사는 사람들은 그 점이 부러워 보이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계획없이 일어났고, 친구의 손에 이끌려서 겨우 집 밖을 나와 공부를 했다.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다.. 6월은 벌써 3주가 끝나가고, 나는 내가 어렴풋이 생각했던 진도의 반도 나가지 못했다. 시험은 이제 한 달여 남았는데, 그 전까지 다 볼 수 있을까. 매일 이렇게 걱정만 한다. 방금도 오늘 날짜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21일이라니! 보통 때라면 1학기가 끝나는 날이 아닌가.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렀다. 이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오늘 동기와 밥을 먹다가 같이 공부하게 되었는데, 돌이켜보니 조금 미안한 느낌이 든다. 그 친구는 다른 동기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주말에는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 한 것 같은데, 내 페이스에 휘말린 것은 아닌가 싶다. 나는 요새 큰 걱정없이 나 하고 싶은 대로 놀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공부도 설렁설렁 하고 있는데, 나와 이야기를 하더니 본인도 놀고 싶어진다고 했다. 나 아니었으면 오늘 하루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을텐데, 역시 누군가와 같이 공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다들 공부의 성향도 다르고,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고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다를텐데..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나의 시간과 공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니즈가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없겠지.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게 이런 것 때문일까. 그걸 먼저 깨닫는 사람들이 비혼주의를 선언하고 있나보다. 나만의 가치 그리고 같이. 그 중에서 선택을 해야한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언니와 산책을 하다가 아는 사람이 길에서 쓰러져있는 걸 보고 말았다. 다행히 그 옆에는 우리병원 응급의학과 선생님이 있었다. 아마도 두 분이 같이 술을 마시다가 사달이 난 것 같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고 걱정되어서 가까이 가서 봤는데,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아 모르는 척하고 지나갔다. 아는 사람을 발견하면 창피할 것 같아서. 술은 참 무서운 친구다. 그렇게 건장한 사람도 길에 눕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니! 솔직히 말하면 조금 재밌었다. 오늘도 또 다짐했다. 나는 꽐라 되지 말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