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드디어 끝났다.
13 reasons why, 한국 제목으로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시즌4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사실 시즌4도 6월 초에 공개되었는데, 이전 시즌이 너무 힘들어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이제야 보게 되었다. 미루는 건 오래 걸렸지만, 다 보는데에는 3일밖에 안 걸렸다. 루루루는 길게는 도저히 못보겠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나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시즌1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일단 소재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고, 해나 베이커 역을 맡았던 Katherine Langford가 너무 매력이 넘쳤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시즌1은 해나가 자살을 한 후 자신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13개의 테이프를 남기게 되는데,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이 13 reasons why가 된거다. 다른 하이틴 드라마와는 다르게 굉장히 어두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전학을 온 해나는 속옷이 보이게 찍힌 사진 한 장으로 학교에서 가십거리가 되어버렸고, 이야기는 점점 변질되어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누가 지었는지 한국 제목도 난 참 마음에 든다. 아무튼, 주인공 Clay는 해나를 좋아했던 인물로, 우리는 클레이의 시점에서 테이프를 듣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방식도 좋았고, 대체 그래서 클레이는 뭘 잘못한건지 그 호기심에 다음화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해나가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나 자살하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마음이 참 아팠다. (이 드라마가 끝난 후에 미국 청소년 자살률이 28%나 급격하게 증가했고, 시즌3가 개봉하는 시점에 자살 장면은 편집되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상처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렇게 되기까지 주변 그 누구도 해나를 구해주지 못했다는 게 너무나 현실적이다.
시즌2는 해나를 강간한 브라이스 워커의 재판에 관한 내용으로, 의문의 사람으로부터 폴라로이드 사진이 한 장씩 오게 되고 해나 말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사건은 어떤지 보여준다. 클레이가 아는 해나는 전부가 아니었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해나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해나는 어떤 사람인가 고민한다. 순백의 피해자라는 판타지는 만국 공통인가보다.
시즌3는.... 죗값을 치루고 있던 브라이스 워커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범인이 누구인가 찾아내는 과정이다. 여기서는 ‘아니’라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굉장히 뜬금없이 나타나서 모든 등장인물들과 관계성을 보이면서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브라이스 워커는 재판에 선 이후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조금씩 깨닫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은 많았고, 반성 하기에는 이미 늦어도 너무 늦었다. 워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정말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결국 그는 모두에게서 용서 받지 못했고, 누구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 의해 죽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묵인한다.
Let the Dead bury the Dead.
너무나 현실적인 결말에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마지막 대망의 시즌4에서 가슴속에 죄책감을 묻어둔 채 괜찮은 척 살고자 했던 클레이가 결국 터졌다. 시즌1-3을 보고 나면 클레이가 안 아픈게 더 신기할 정도다. 결국 정신분석적 치료를 받는데, 그 과정에서 브라이스 워커 사건을 다시 들추고 싶어하는 학생이 등장하면서 아이들은 또 혼란이 빠진다. 이번 시즌은 다른 시즌에 비해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다. 클레이가 panic attack이 올 때마다 나도 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필 날씨도 장마였다.) 같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친구들이었지만, 상황이 악화될수록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짐을 버거워했고, 더이상 서로를 믿지 못했다. 미국 고등학교는 졸업하기도 참 힘든 것 같은데, 발렌타인 데이부터 시작해서 senior camp, college interview, 마지막 Prom까지.. 굵직굵직한 행사들 속에서 아이들이 지칠만도 하다. 그리고 나도 지쳤는데, 한 화 한 화가 너무 길었다. 너무 많은 커밍아웃들...그리고 마지막까지 고통받는 저스틴 ㅠㅠ 저스틴을 AIDS로 보낼 건 또 뭐람.. 물론 지금 미국에서 AIDS가 큰 이슈인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흑... 미국은 알지 못하는 HIV 감염자들이 많아서 검사 받기 캠페인을 진행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헌혈을 할 때 screening이 되기도 하고, 익명 검사 제도 등이 잘 마련되어 있어 아직 관리되고 있는 편인 것 같다. 아무튼, 쉽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는지, 고등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오든 사회적 이슈들을 마구 집어넣으니..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론은 역시나
L
O
V
E
❤️
내가 이렇게까지 모든 시즌을 다 챙겨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시즌1에서 우울증, 경계성 인격장애 등 정신병 관련해서 많이 다루다보니 관심이 커졌고,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클레이의 정신분열은 어쩌면 시즌 1 때부터 예기되어 왔던게 아닌가 싶다. 드라마는 드라마지만, 현실이 더 드라마틱할 때가 많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학생 때 겪었던 일로 평생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이 아이들 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안전한 사회. 이런건 어른들이 만들어 줘야겠지. 이 드라마에서는 어른들 다 필요없어! 라고 하면서 스스로 성장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했던 어른들처럼, 울타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겠다고 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