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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가족사진

우리집 피아노 위에는 가족사진이 한 장 있었다. 딱 90년대의 사진관 느낌이 나는 사진. 아빠는 뒤에 서있고, 엄마가 가운데에 그리고 양 옆에 언니와 나. 그때에는 신경써서 챙겨입었겠지만, 너무나 촌스러워진 사진이었다. (심지어 언니는 깻입머리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피아노도 사라졌다. 20년된 사진만큼이나 가족 사진에 대한 애정은 사라졌고, 익숙함만이 남았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언니도 이제는 예전만큼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있지 못한다. 언니의 결혼이 2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우리는 가족사진을 새로 찍었다.

가족사진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다. 아빠의 환갑도 있었고, 리마인드 웨딩이 약간 유행이던 때였다. 엄마도 부러움을 표시하셨고, 딸이 좋은게 이거지 하면서 언니와 조금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불만 피워놓고 도망갔다. 웨딩 촬영을 통해서 스튜디오 촬영이나 스냅 사진을 이것저것 알아보았던 언니가 스튜디오를 예약했고, 그렇게 사진 준비는 시작됐다. 이정도면 우리 언니 추진력도 알아줘야 한다. 대단해.

20년 만에 우리가족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엄마 아빠는 메이크업 샵에서 화장도 받으셨다. 평소에는 완전히 민낯으로 다녔던 엄마 얼굴은 TV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화사해졌다. 아빠도 10년은 젊어지셨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엄마를 보면서, 귀찮다고 말하면서 작가님의 요구사항을 다 이행하시는 아빠를 보면서 왜 진작 이렇게 사진찍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생겼다. 아니, 사실 아쉬움보다는 행복함이 더 컸다.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들이 담긴 사진들은 나중에 보았을 때에도 큰 힘이, 큰 위로가 되어줄 거다. 사진 속의 우리는 늘 웃고 있을테니까.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다 우리 언니 덕분이다. 본인 결혼만으로도 정신 없고 바쁠텐데, 그런 와중에도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있어 우리 가족은 끈끈할 수 있는 것 같다. 나같은 사람만 있다면 각자 할 일을 하느라고 바빴겠지. 비록 사진만 찍고 또 엄마아빠는 본집에, 우리는 자취방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오늘의 2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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