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찍었던 졸업사진의 결과물은 정말 처참했다. 모든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신경쓰면서 찍어주는 느낌이 아니긴 했지만, 정말 노력만큼의 결과물이 나와버렸다. 사진사님이 보여주셨던 포즈들도 참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사진 속의 내 모습은 우리 엄마 같았다. 와중에 최악의 사진은 뒤로돌아있는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정면으로 향하고 와중에 시선은 저 멀리 허공을 향해 있는 거였다. 세상에 나의 볼살이 그렇게 많은 줄은 그 사진을 보고 처음 알았다. 턱과 얼굴의 경계는 있는듯 없는듯 했으며 허공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은 공허했다. 사진을 선택하고 수정 사항을 요청하는 부분에 ‘골라야 되나요.....?’ 라고 글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최악 사이에서 차악을 골라야만 했는데, 자연스러운 포즈들을 생각해내지 못한 나의 잘못도 있으니까 어디에 대고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모델이나 연예인들은 진짜 대단하다고. 어느 각도에서 봐도 예쁘다는 건 정말 신이 내려주셔야 하는 거구나.
그렇지만 대부분 살면서 각잡고 사진을 찍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졸업 사진도 그 중 하나인데 가장 오래 남는 사진은 웨딩 촬영이 아닐까 싶다. 이 날 하루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가. 스드메가 존재하는 이유는 본식보다 촬영이 더 크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웨딩 촬영 하루를 위해 드레스도 골라야 하고, 사진 찍을 스튜디오, 헤어 메이크업, 그리고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사진 컨셉이나 포즈 등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면 볼수록 내가 원하는 취향이 확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 올해 웨딩 촬영을 두 번이나 보게 되었는데, 오늘은 가장 친한 친구의 웨딩 촬영을 구경했다. 예전에는 촬영 도우미, 무수리라고 해서 이것 저것 도와주고 했다는데 요즘은 이모님이 다 해주시기 때문에 친구가 가도 해야할 일은 딱히 없다. 물론 중요한 역할이 있긴 한데, 쵤영 시간이 길어질 때 쳐지지 않게 분위기를 띄워줘야 한다. 왜냐, 그래야 신랑 신부가 자연스럽게 웃고, 빨리 퇴근할 수 있으니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친구가 예쁘게 화장하고 드레스를 입고 신랑 옆에 서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몽글몽글 한게, 진짜 가는 구나 싶었다.
언니도, 친구도. 갑자기 소중한 사람들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당신들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 내 짝은 어디에 있을랑가~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