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살고싶다는 농담>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나온 문장에 놀라버렸다.
“당신은 반드시 훌륭한 의사가 되어야만 한다.”
항암치료 중에는 계속 ABGA라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펄떡 펄떡 뛰고 있는 동맥을 직접 찔러서 채혈을 해야하는 검사라 굉장히 아프다. 한 번에 채혈을 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맥이 뛰는 곳을 찾아 적당한 깊이로 찔러 넣어야 가능하다. 대부분 인턴이 이 일을 맡게 되는데, 세상 모든 인턴 과정은 1년이고, 사람한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채로 또는 건강한 성인 대상으로 한 번 정도 해본걸로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인턴은 보통 3월부터 시작되는데, 시간이 흘러 4-5월정도 되면 다들 눈감고도 ABGA를 한다고 할 정도로 기본적인 술기이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분들이나, 노인, 또는 신생아, 영아의 경우 혈관을 찾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맥이 강하게 뛰지 않기도 하고, 다른 검사들로 채혈할 수 있는 혈관에 제한이 있고, 사람마다 혈관의 위치도 달라서 참 어렵다. 게다가 이게 얼마나 아픈 술기인지 알고 있다보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글을 쓰면서도 손에 땀이 난다.
구구절절 핑계를 적긴 했는데,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는 건 아니지만, 침습적인 어떤 술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잘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어떤 분야라도 많지 않을 듯 하다. 이런 고민과 걱정들도 결국에는 직접 일을 하고, 부딪히면 해결되겠지만, 책을 보다가도 이렇게 깜짝 놀란다. 모두를 향한 그 글이, 마치 나를 겨냥하는 것만 같아서, 나조차도 두려운 내 모습을 찌르는 것 같아서.
모형을 가지고는 수없이 연습했지만, ‘사람’에게 하는 건 너무 다른 일이다. 이걸 다 견뎌내기 위해서는 사람임을 잊어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