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2005)를 봤다. 친구에게 추천받아서 보려고 했던 차에 왓챠 추천작에 나와서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 하나의 배경지식 조차 없는 상태에서 보게 되었는데, 다 보고 난 후에도, 여러 영상들과 글을읽은 지금도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인지, 손톱만큼도 이해하지 못한건 아닐지. 어렵고도 어렵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야 알았는데, 매트릭스를 제작했던 워쇼스키의 작품이었다. (매트릭스도 본 적이 없다.) 원작자는 앨런 무어로 영국의 만화가인데, 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영화가 재해석되어서 이 영화를 형편없다(rubbish) 말했다고. 대체적으로 파시즘-아나키즘을 표현했던 원작과는 다르게 미국식 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민주투사로 그려졌다는 평이 많다.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 방향인지도 확실하지가 않다. 짧은 식견으로 말하자면, 파시즘은 나치 정권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 독재를 하는 걸 말한다. 단순히 독재가 아니라, 인간의 두려움, 그로 인한 광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고, 감시와 폭력 그리고 불평등을 합리화한다. 영화의 배경은 제 3차 세계대전 이후 2040년인데,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한 개인의 신념이 군중을 움직일 수 있는가. V는 모든 개인이 신념을 갖기를 원했다. EV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빗속에서 신념을 찾아내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