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도무지 아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생산적이지 못한 하루를 보내서 그런가, 특별히 한 생각이 없고, 오늘은 뭘 써야지! 하고 지나간 생각조차 없다... 오늘의 실습 일정은.. 없었다! 아무 일정 없는 게 시간표에 있다니. 방사선 종양학과 최고다 ^^
하지만, 월요일부터 찾았던 논문을 오늘까지도 찾아야 했고, 발표 파일을 만들고 나니 하루가 끝이 났다. 다 만들기는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직장암 치료에 있어 어떤 주춧돌이 되는 발견을 한 논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케이스에 정확히 들어맞는 논문도 아니다 보니 이래저래 생각만 많았다. 완벽하게 할 수는 없겠지. 알고 있지만, 케이스에 끼워 맞추려고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다 보니 현타가 왔다고 할까. 교수님의 입맛에 얼마나 맞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최선을 다할 뿐. 원래 평가라는 건 굉장히 주관적인 거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다. 차라리 발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오늘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언니 관찰 일지를 써봐야 겠다.
언니랑 나는 5살 차이가 난다. 언니가 정이 많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언니와 나는 친하다. 대부분 언니가 참아주고, 사랑으로 감싸주기 때문에 가능한 관계가 아닌가 싶지만, 거의 싸운 기억도 없다. 그러니까 이 작은 원룸 안에서 같이 지낼 수 있겠지. 언니는 간호사라서 3교대 근무를 한다. 우리 집안은 의료계의 ㅇ자도 관련 없는 사람들만 있는데, 언니가 처음으로 의료인이 되었다. 나도 그렇게 언니를 보다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걸지도 모르겠다. 3교대 근무는 그 자체로 암의 원인이 된다고 WHO가 밝힐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는 일이다. (정확히는 2A group으로 암을 발생시킬 확률이 있는 걸 말한다.) 언니가 간호사 일을 한 것도 벌써 햇수로 7년 차인데, 요즘에는 부쩍 더 피곤해하는 것 같다. 그래도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언니가 조금 더 건강해진 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근데 여전히 그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누워서 보낸다. 나는 그냥 누워있는 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한 뱃속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언니와 나의 생활패턴은 다른 것 같다. 언니를 관찰하다 보면 참 재미있다. 언니는 뭐 하나에 몰입을 굉장히 잘하는 편이고, 잘 웃어서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보다가 크게 웃을 때가 많다.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궁금하게 만드는 감정 표현이라고 할까. 대개 나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지만, 가끔은 그래서 여리게 느껴진다. 언니의 눈물 버튼은 가족이다. 언니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생활력이 있는 사람은 어딜 가서도 잘 살 것이다. 언니의 결혼이 이제 3개월 정도 남았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나를 두고 떠나지 마라~ 하고 노래 부르고 싶지만, 마음만 그렇다. 행복하겠지만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