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더워진 날씨에 몸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제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채 아침에 테니스 레슨까지 받고 났더니 더위 먹은 사람처럼 그냥 쭉 뻗어버렸다. 겨우 일어나서 공부하려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뭘 해도 머리가 아프고, 누워 있지만 누워 있기도 싫고 앉아있기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세상 모든 것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를 일으킨 건, 결국 야구였다. 오후 2시 경기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는데,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리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TV를 켰다.
올해의 NC는 가공할만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로써 27G 21승을 이뤘다. 말도 안 되는 승률이다. 투수는 투수대로, 타자는 타자대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하위 타선도 상위 타선도 중심타선과 별 다를 게 없는 타율을 보여주고 있고, 대타로 나온 사람들은 하나씩 쳐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예전부터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야구 경기를 이렇게까지 챙겨본 적은 없었는데, 수험생활을 하는 지금에서야 거의 매일 야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다. 공부는 참 위대하다. 굴러다니는 돌마저 웃기게 만들어준다. 근데 야구는 진짜 재밌었다. 사실 잘하니까 더 재밌다. 상대편인 한화는 지금 13연패 중인데, 상대편인 내가 봐도 안쓰러울 정도였는데, 한화 팬들은 오죽할까. 단일 시즌 구단 최다 연패와 타이인 기록이다. 선수도, 감독도, 코칭스태프도, 구단도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내가 한화 팬이었다면 이번 시즌 야구 응원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내일도 우리 NC가 이길 텐데(?) 다음 시리즈인 롯데를 만나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지는 않고 생각 정도? 결론은, 최강 NC 파이팅! :-)
종합고사를 한 달정도 앞두고 있는 지금, 기출문제 풀이를 시작했다. 문제를 풀 때마다 느끼는 건, 여태까지 공부한 건 다 어디 갔나 하는 거다. 어디선가 본 기억은 나는데, 제대로 생각나질 않고 문제를 풀어도 계속 틀리기 일쑤다. 다시 책을 찾아보는 데 시간이 소요되고, 틀리니까 속상하고, 계속 반복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속도를 내야 하는데, 공부에 잘 집중도 안되고, 이렇게 안일하게 공부해도 괜찮은가 싶다. 한 문제 한 문제가 실제로 나의 환자가 될 수 있는데, 나의 잘못된 판단이 문제처럼 틀려버릴 까 봐 걱정도 앞선다. 물론, 책만 보고 공부한 것보다 실제로 환자 한 명을 만나는 것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를 내 배움의 상대로 생각하는 게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예전에는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한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양 방향이다. 환자도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치료 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힘들겠지만, 내일도 또 힘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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