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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장마

으오와앙
비가 많이 내린다.
비 오는 날은 역시 좋아. 유아인처럼 한강변을 걸으면서 사색을 즐기고 싶은데, 오늘같이 시원하게 비가 오는 날 하필 술을 이렇게나 많이 마셨다니. 친구와 같이 길을 걷다가, 교수님과의 술자리를 얼떨결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전혀 계획에도 없던 술을 진탕 마셨다. 어쩌면 술을 마시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자리를 피할 수 있었는데, 자의로 불구덩이에 뛰어 들었다. 막상 가고 나니 오길 잘했다 싶었다. 당장 다음주에 시험이 있고, 그 다음주에도 시험이 있지만 오늘 술을 마셨다고 해서 그 결과가 과연 달라지는가? 하면 의문이다. 이런 술자리도 올해가 마지막이야. 학생 때처럼 자유롭고 책임감없이, 눈치는 아주 조금 보았지만 아무튼 공짜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날도 얼마 안남았어. 내일의 나는 조금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에 있는 건 좋았다. 여전히 내가 술을 마신다기보다는 술이 나를 잡아 먹지만, 비도 오고 고기는 맛있고, 위스키는 썼다. 외과 술자리였는데, 외과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부어라 마셔라 하는 과는 아니구나. 다들 적당히 기분좋게 마시는 구나. 물론 나는 게스트이니까 편하게 자리했지만, 술 때문인지 지금 기분이 참 좋다. 하루의 모든 일을 잊게 해주는 것. 달콤 쌉싸름한 것.

오늘부터 의료법규 수업이 시작되었다. 본과 4학년 중 마지막 수업. 감회가 새로웠다. 수업은 여전히 재미는 없었지만. 100명의 동기들이 다같이 모이는 날이 이제 정말로 끝이 보이는구나. 이전과는 다르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기에 자리는 띄엄띄엄 앉아야 했지만, 쉬는 시간만 되면 다른 친구들과 대화하려고 애썼다. 나는 E인가 I인가. 늘 고민하는 문제이고 얼마전까지는 나는 I에 훨씬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즐거워지다 보니 이제는 E에 가까운 것 같기도.. 그래도 편한 사람들이 훨씬 좋은건 그대로인 것 같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사람을 찾는 것도 웃기다. 아직은 인류애가 조금은 남았나보다. 내가 아는 사람들, 내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글을, 나에게만 소중한 이 글을 소중한 시간을 내서 읽는 사람들도 모두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는 추적추적. 감성은 소록소록. 오늘도 술김에 주절주절 한 것 같다. 아무튼, 나도 행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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