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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Day 1

시험 첫날이 끝났다.
결과와 상관없이 너무 기쁘다. 이 지긋지긋한 여정을 견딜 수 있는 건 끝이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시험이 끝난다니! 물론 내일이면 정답이 공개될 거고, 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이미 답안지는 제출했고..! 바꿀 수 있는건 그 다음 시험의 결과 정도이니, 다음 시험을 위해 디딤돌을 쌓는 과정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야 겠다.

시험이 워낙 길고, 문제가 많다보니 시험 치는 것 자체로도 힘이 든다. 1교시는 100분에 80문제, 2교시 3교시는 90분에 70문제해서 오늘은 총 220문제였다. 100분 내내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시험의 특성상 문제가 대부분 케이스로 주어지는데, 예를 들어 70세 남자환자가 어떤 증상을 주소로 내원했다. 검사결과는 이렇다. 다음 조치는? 또는 치료는? 이런 식이다. 한 문제 한 문제 집중해야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집중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점심 먹고 3교시가 되면 진짜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다. 내가 문제를 풀고 있는건지, 문제가 나를 잡고 있는건지 모를 정도로.. 내 머릿속 저 깊은 곳에서 지식을 꺼내는 느낌이라 온 머리를 헤집어야 하고, 그래서인가 머리가 아프다. 타이레놀 한 알 먹고 오늘도 버텨냈다. 나 자신 아주 기특해.

쉬는 시간은 보통 30분 정도인데,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동기들과 답을 맞춰보는 친구들도 있는데, 안 듣고 싶어도 들리고, 아 뭐 틀렸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남들 다 맞는걸 나 혼자 틀렸다는 걸 알게된 순간 지옥의 문이 열린다. 다들 왜 그렇게 답이 궁금할까... 그 아이들을 피해 도망가기엔 힘은 모자라고..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어떻게해도 친구들의 말은 쏙쏙 들어온다. 참 신기해, 안 들릴 때는 그렇게 안들리더니 이런 건 또 왜 이렇게 기가 막히게 잘들리는지. 딱 쉬는 시간이 되면 긴장이 확 풀리면서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데, 남은 에너지가 다 청력으로 가는 것 같다.ㅎ 아무튼, 정리본을 보려고 해도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이미 풀려버린 탓에 집중도 전혀 안된다. 혼자만 아는 동굴 속에 들어가고 싶다. 나에게도 충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급속 충전 가능한 걸로. 다들 그래서 담배를 찾는 건가?

내일만 바라보고 6개월을 보낸 것 같다. 열심히 한 만큼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기대한만큼 실망이 따라오는 법이니, 그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그래도 내일이면 끝난다. 조금만 더 참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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