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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노들노들

한강은 언제가도 참 좋다. 어제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는 더더욱. 강 건너편에 있는 높은 건물들 그리고 남산 타워. 문명의 시작은 강이 있는 곳에서 이루어졌다고,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강 근처 풍경을 보자면 한강부터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없던 애국심이 솟아오르는 기분이랄까.

어제 시험 끝나고 나는 또 한강으로 향했다. 어제의 행선지는 노들섬!
열심히 지어놓고, 홍보를 했음에도 코로나19로 예정되어 있던 행사들은 다 취소되고 말았다. 그래도 카페나 음식점은 몇 군데 있어서 아는 사람들은 알고 오는, 그런 장소가 되었다. 근데 최근에 놀면뭐하니? 에서 싹3가 다녀간터라 이제는 사람이 꽤나 많아진 것 같다. 더 사람 많아지기 전에 많이 담아둬야지. 일몰을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을 것 같은데, 한강 철교 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철교를 지나다니는 지하철, 63빌딩 그리고 일몰.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서 참 아름답다. 해는 매일 뜨고 지는데, 알고 있음에도 광활한 태양을 보고 있으면 또 압도당한다. 인간은 참 작은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왜인지 모를 위로를 받는다.

맨핱은 따로없는(?) 스카이라인


노들섬에는 고즈넉한 북카페도 하나 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일상 작가들이 그곳에 머물러서 글을 쓴다고 했다. 역시 예술인들을 위한 섬이다. 여러 작가들이 짤막하게 써놓은 글도 볼 수 있고, 작가들이 추천해주는 책도 배치되어 있다. 재미있는 책 중 하나는 필명이 구여친이었고, 제목은 확실치 않지만 [헤어지는 중입니다] 같은 느낌이었는데, 제목부터 너무 눈길이 갔다. 헤어진 당일의 글부터 마음이 괜찮아 질 때까지 매일 쓴 글을 한데 엮은 책이었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얼만큼 힘든지, 어떻게 극복하는 지 참 궁금하다. 처음에는 그 호기심 때문에 책을 집어 들었지만 작가의 마지막 날의 글을 보고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집어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모든 건 괜찮아 진다는 거다.”

작가 또한 예전에 쓴 글을 봤을 때 그 문장들이 정말 본인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낯설다고 했다. 나만 해도 이 블로그에 썼던 이별의 글들을 보면 낯간지럽겠지. 근데 그 모든 것들이 헛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처절하게 슬퍼했고, 우울했기에 지금의 괜찮아진 내가 있는 거니까. 작가도 자신의 미련이 이렇게 책 한권을 엮어낼 정도로 있었다는 걸 민망해했지만, 다른 연애 그리고 비슷한 결말로 닿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을거다. 나처럼. 이런 아이디어 자체가 재밌었다. 조금 더 사진을 찍어둘걸 그랬나보다. 그런 유쾌한 글들을 쓰는 사람들이 조금 부럽다. 다음에는 필사라는 걸 좀 해봐야지.

아무튼 노들섬, 참 평화롭고 좋다. 자전거도 탈 수 있고, 나중에는 전시회도 열려있길 기대해본다. 또 들러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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