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알지도 못하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새로운 절망이 있을지 모르지” - <소망없는 불행>
지금의 나는 내가 경험한 것들, 내가 관찰하고 봤던 내 주변 사람들, 내 주변의 사람들이 말해준 그들의 경험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쓰는 글은 결국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다. 소설 속에 나오는 저 구절처럼, 나는 알지도 못하는 일들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나는 결국 알지 못하겠지. 갇혀 있는 내가 되고 싶지 않은데 늘 생각만 하고 뭘 하지는 못하고 있다.
엊그제 문득, 나의 글쓰기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실습 일지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실습이 이전처럼 진행되지도 못했고, 특히 환자들을 만날 수 없었기에 생각했던 글쓰기는 하지 못했다.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환자를 통해서, 병원 안에 있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기에. 그 안에서 소소한 일상을 적는 것에서 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실습기간이 끝난 후에는...
그냥 일기를 쓰고 있었다.
글쓰기 챌린지도 어느새 140일이 넘어가는데, 그 동안 나의 글쓰기는 늘 일기에 머무른 것 같다. 근데 우연히 읽었던 책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을 보고 마치 한 대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나중에 읽기 위해서 적는 글은 일기이고, 일기 또한 글의 한 종류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글은 전혀 다른 거라고. 그것이 글쓰리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내가 훗날에 다시 읽기 위한 글을 쓴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랐던 것일까.
내 엉덩짝을 때려준 책
글을 쓰고 있다고 주변에 말하면 대개 사람들은 ‘어떤 글을 써요?’ 라고 묻는다. 여태 나는 그냥 일기같이 끄적이고 있어요, 라고 답을 해왔는데,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겠다고 느꼈다. 그걸 이제서야, 150일 가까이 되어서야 느꼈다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글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인지, 좋은 글은 무엇인지 나는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의 구절을 인용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작가들은 다른 책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생각만 했지, 그들이 책을 읽고 좋아하는 구절을 표시하고, 적어두는 그 과정들은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글쓰기를 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여태까지 쓴 글은 파이라고, 더 열심히 좋은 글 찾아서 읽고, 좋은 구절은 적어두고, 그렇게 해봐야지.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