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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나의 동백

배우 오정세의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수상소감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https://youtu.be/ERul9QhSArs


내가 어디에 가서 수상소감을 말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런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곤 한다. 행복한 상상이라고나 할까, 쓸데없는 상상이라고 할까. 연말만 되면 많은 시상식들을 보게 되는데, 대부분의 배우들은 감사한 사람들을 나열하거나, 자신의 포부같은 것을 이야기하곤 한다. 의미있는 소감을 하는 사람들은 계속 회자되는데,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아니면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그 감동이 전달되는 것 같다.

배우 오정세님의 소감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 가지고 있던 신념을 말해주었다.

“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100편 넘게 작업을 해왔는데요,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또 어쩌다보니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그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좀 신기한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략)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그 일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중략) 힘든데 세상이 못 알라준다고 생각들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거라구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누군가가 깊게 고민하고 얻어낸 자신만의 생각을 듣는 다는 건, 조금 경박한 표현일 수 있지만 인생의 치트키를 쥐게 되는 기분이다. 100편을 넘게 작품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었으며, 그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을까. 오정세 배우가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동백꽃 필무렵>을 비롯해 <스토브리그>, <극한직업>, 오늘 막을 내린 <사이코만 괜찮아> 등 다수 작품을 보았고, 늘 배역에 몰입하고 조연이지만 누구보다 기억에 남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드라마 내용은 몰라도, 그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 또한 이렇게 깊은 줄은 몰랐다.

매순간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지만 그들이 늘 빛나지는 못한다. 이번 학기 성적표를 받으면서 어떤 과목은 노력했으나 잘 받지 못했고, 의외로 잘 나온 과목도 있는 걸 보며 또 느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구나. (이건 겨우 한 학기 성적표일 뿐이지만)
하지만,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포기해버리면 언젠가 올 수 있던 나만의 “동백”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되새겨 본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사람들을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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