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1년에 한 번씩은 오곤 했던 평창. 언니의 결혼을 한 달정도 앞두고 가족여행을 오게 되었다. 장마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탓에 여행을 취소해야되나 고민했지만, 네 가족이 시간을 맞춘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아빠의 운전을 믿고 집을 일단 떠났다.
하늘이 도왔는지, 오는 길에 비가 조금씩 내리긴 했지만 도착한 후에는 비가 뚝 그쳤다.

거의 10년만에 온 이 곳은, 세월의 흔적을 많이 품고 있었다. 내부 리모델링 자체도 옛날 그대로고, 의자, 부엌 심지어 침대까지 삐걱삐걱 힘들어했다. 예전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새것같고 깔끔해서 기분이 좋았고, 하고싶은 것들 맘껏 하면서 보냈는데. 처음에는 예전처럼 비싼 가격에 이런 시설을 사용한다는 것이 속상했지만, 그만큼 내가 몸만 커버린 것은 아닌지 괜히 마음이 이상해졌다.
이 곳은 그대로지만 언니와 나는 많이 커버렸다. 엄마아빠에게 모든걸 의존하고 따라야 했던 우리가 이제는 결제부터 일정을 결정하게 되었다. 애들처럼 곤돌라도 타고, 루지도 처음으로 타보고. 아빠가 일찍 주무시는 바람에 다른 걸 더 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슈퍼맨 같았던 아빠도 체력이 예전같지 않으시다.
앞으로는 이렇게 넷이 가족여행을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은 늘 변하고, 상황은 더 빠르게 변하니까.. 아쉽지만, 앞으로를 위해 오늘 잘 쉬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