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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2차 전공의 총파업

여름은 여름이다. 정말 덥다.
한 번 누우면 아침까지 깨는 일이 별로 없는 나도, 너무 더워서 깨버릴 정도였다. 온도도 높고, 무엇보다 습도가 말이 안 될 정도다. 지금도 91% 던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가 마시고 있는 것이 공기인지, 물인지 모르겠다. 사우나 속을 걸어다니는 듯하다. 내일은 또다시 비가 내린다고는 하는데, 기상청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원.

비가 안왔으면 좋겠는 마음이 큰 것은 내일 또 집회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계 결과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고, 3000명 이상이 모일 수 있는 집회장소가 서울시 내에 마땅치 않아 나의 참석 가능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주 집회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정부는 마치 우리가 대화를 거절한 것마냥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하는 것이 정해져있고 그 외 다른 대안을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으면서 모든 화살을 우리에게 돌리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국민 1000명 당 의사수가 적다는 것을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 1위에 빛나고 있다. 의사 수가 적음에도 의료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영국 등 복지의료국가에 비해 훨씬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진료를 받기 위해 몇 시간은 물론이고,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OECD 평균이라는 수치는 예전에 비해 더이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라고 보이지 않는다. 환경도, 문화도, 정책도 완전히 다른 나라들에서 단순히 의사 수만 가지고 와서 비교를 한다? 이건 정말 일차원적인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보복부는 알고 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의사의 지역화와 균등이 이루어질까. 어느 직업군이나 돈이나 명예보다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돈이 그만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치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희생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국종 교수님 또한 자신의 모든 시간, 그리고 건강까지 잃어가면서 그 자리에 서계시는 거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

중증외상이라는 분야를 하기 힘든 것은 해야하는 처치나 필요한 인력에 비해 수가가 적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이보다 중요한 일이 없는데 그 수가라는 한계에 늘 부딪힌다. 계속 되는 적자. 그리고 다른 과와 비교했을 때 커져만 가는 실적 차이. 그렇게 되면 인력을 보충할 수 없고, 남아있는 인력으로 꾸려갈 수밖에. 낮은 의료수가를 버틸 수 있는 것은 더 많이 일하는 것, 더 많은 환자를 만나는 것인데, 중증의료에 환자가 많이 온다는 건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 그렇게 악순환이다. 산부인과도 마찬가지이다. 제왕절개의 수가는 약 32만원. 24시간 의료인력이 대비하고 있고, 출혈량이 생각보다 크고 위험한 수술임에도 수가는 턱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위험이 달린 수술인데.

그 고리를 끊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수련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고, 더 근본적으로 중증의료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수가를 재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년 전 비슷한 사례로 간호대 인원이 8,000여 명 증가하였다. 하지만 간호인력난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또 다시 반복되는 것일까. 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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