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일기

솔향 강릉

태어나서 대학교 기숙사 생활 외에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는 프로서울러인 나는 서울을 떠나서 살 계획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사는 동네가 서울의 느낌이 나는 건 아니지만,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어서 어디를 가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다. 영화관, 미술관, 예술의 전당 같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을 때에도 큰 고민없이 움직일 수 있고 특히 강남, 젊음의 도시!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치일 때에는 젊음을 수혈하듯이 가게 된다. 생활반경이 넓은 편도 아니지만, 자의에 의해 좁게 사는 것과 타의에 의해 좁혀진 것은 다르지 않은가. 한 달 동안 대전에서 지낸 적이 있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함과 외로움에 일주일에 2번씩 서울로 올라가곤 했다. (물론 대전이 스스로 인정하는 노잼도시이긴 하지만) 내가 아직 운전할 일이 없고 서울의 복잡함과 난잡함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서울이 좋다:-/

이런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도시가 있는데 바로 강릉이다. 10년 전부터였나, 매년 한 번씩은 꼭 가게 되는 곳인데, 누구랑 가도 참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경포호수를 걷는 것도, 오죽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안목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도, 중앙시장에서 왜 유명해졌는지 모를 닭강정을 먹는 것도, 경포대에서 신나게 물장구 치며 노는 것도 모두 다 좋았다. 한 번은 친구들과 바다나 구경하자! 하고 갔다가 충동적으로 하루 자고 온 적도 있다. 하도 많이 가다보니까 여행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익숙함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강릉이라는 말만 봐도 미소를 짓게 된다. 고속버스 타면 3시간, 평창 올림픽 이후로 ktx 노선도 개통되어서 이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여전히 차가 없으면 불편한 곳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강릉이다.

900년 넘게 산 김신도 알아본 강릉의 매력


그래서, 강릉에서 살고 싶냐고?

여전히 나는 NO다. 강릉은 그냥 내 마음 속 제2의 고향으로 남겨두고 싶다. 막상 강릉에서 살게 된다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건 며칠 뿐, 그 후로는 지루함을 느낄 것 같다. 사람 사는 건 어딜가나 다 비슷하니까. 오히려 가끔씩 서울을 벗어나서 환기하는 느낌으로 가던 장소가 더이상 새롭지 않게 될 것 같다. 딱 한 달. 길어도 딱 일 년. 어딜가도 그게 그거라면 나는 나를 강제로 부지런하게 만들어주는 서울이 좋겠다. 이러다가 집을 사야할 때가 되면 서울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서울할래!

'오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향성  (0) 2020.08.14
2차 전공의 총파업  (0) 2020.08.13
가족여행  (0) 2020.08.12
용기  (0) 2020.08.11
나의 동백  (0) 2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