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매우 무디어 길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
나는 내가 길치라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스스로를 길치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어제 오늘 일로 확실하게 진단받았다.
어제는 상수였다. 상수동은 골목도 많고, 길이 정확히 반듯하게 있지도 않고 구불구불 구조로 되어 있어서 복잡하긴 하다. 그렇지만 처음 간 것도 아니었고 나에게는 카카오맵이 있기에 나는 큰 걱정도 하지 않았다. 요즘 GPS는 어찌나 잘 되어 있는지, 내가 가리키는 방향까지 알려주는 터라 분명 지도를 잘 따라가고 있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나는 가야할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아주 멀리... 나침반만 있어도 바다에서는 길을 찾는다는데, 나는 떠먹여줘도 길을 잃고 있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여쭤봐서 겨우 길을 돌아올 수가 있었다. 도착하고나니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헤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지금도 모르겠다.
오늘은 일이 있어 여의도 근처를 갔다가 한강공원을 따라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서 쭉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 한강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나는 분명 지도에서 가라는 길로 갔는데,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차가 다니는 길이었고, 시람 다니는 길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전혀 모르겠더라. 어둡고 비는 오지, 사람은 한 명도 없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안전불감증이 있는건지, 겁도 없이 직진했는데 그 직진의 끝에는 차도가 있었다. 저 멀리 내가 가야할 곳이 보이는데, 노량진이 보이는데! 가는 길을 모르니 그저 답답했다. 결국은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와 지하철을 타는 걸 택해야 했다. 한 번 왔던 길은 또 안 잊어버리니 그나마 다행인건가… 후. 평생을 길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낯선 내 자신을 마주하는 일도 참 재밌다.
생각해보면 유럽 여행을 다닐 때에도 나는 지도를 보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묻거나, 아니면 그냥 가는 걸 택했다. 왜냐고? 지도는 봐도 모르겠으니까! 길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책이 지도인데, 아무리 내용이 좋으면 무엇할까 까막눈에게는 결국 쓸모 없는 도구가 되는 것을.., 아무튼 오늘부로 나는 완전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나는 길치가 아니라 지도치야! 라고 말했던 과거의 나 자신아. 그게 길치란다...😂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