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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는 것은 귀신에 홀리는 일과 비슷하다는 것을 그 무렵 나는 처음으로 깨닫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기 전에 이미 당신의 얼굴은 내 눈꺼풀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눈꺼풀을 열면 당신은 천장으로, 옷장으로, 창유리로, 거리로, 먼 하늘로 순식간에 자리를 옮겨 어른거렸습니다.
- 한강 작가 <희랍어시간> 중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한강 작가의 <채식 주의자>를 읽었을 때에는 소재가 너무 당황스럽고, 각 인물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있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계가 견디기 힘들었고, 그려진 인간의 군상들이 잔인했고 어두웠다. 이 책을 이해하기엔 내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학 작품으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는데,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가 닿을 수 없구나, 했더랬다.
그런데 <희랍어 시간>을 읽으면서 한강 작가가 왜 한강 작가인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소중했다. 나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으면 이해 자체를 안하곤 해버리는데, 문장 하나 하나가 너무 깊어서 몇 번씩 읽게 되었다. 아직 절반을 채 못 읽었지만, 남겨진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하면서도 아쉽다. 천천히, 그리고 가볍지 않게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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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러닝을 제대로 시작해보겠다고, 플릿 러너라는 곳에 가보았다. 사람마다 다른 발의 모양, 정강이-발의 축이 기울어진 정도, 달리는 방법, 착지 방법 등을 파악하고 내 발에 맞는 러닝화를 추천해 주는 곳이다. 러너에게 필요한 상식들이나 자세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좋았다. 달릴 때 팔을 뒤로 보내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은 재밌고 놀라웠다.
발바닥을 사진 찍어서 확인하고, 발의 크기도 측정한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면서 달릴 때 내 발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한다. 오늘, 내 양발의 크기가 1cm 정도 차이난다는 걸 알았다. 왼발은 245mm 오른발은 255mm.. 사람 발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도 있구나 깨달았달까...
추천해주신 러닝화를 신고 뛰니 정말 달랐다. 운동은 장비빨이라고...^^ 내일부터는 좀 마음가짐만큼은 러너의 마음으로.. 달려봐야지. 10k 뽀개보자!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