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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수저

내 친구한테 꿈은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지만,
나한테 꿈은 돈이 드는 숙제다.
- 드라마 ‘청춘기록’

흙수저니, 금수저니, 사람들의 계급을 나누는 그런 이야기들. 이제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8살과 14살 아이들에게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을 들어봤냐고 물어보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8살 아이들은 들어본 적 없다고 했고, 14살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https://youtu.be/Et8QeSmr8qc


유튜브나 웹툰 등 미디어에 노출이 쉬운 세대인 아이들은 이런 용어들을 더 빠르게 접하게 되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너네 집 전세야, 월세야 부터 시작해서 무슨 차를 타냐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데, 아이들조차 어렸을 때부터 희망을 잃고 살아가 버리는 그런 날이 도래한 것 같아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아진 지금, 이제 사람들에게는 ‘선택’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졌다. 더 좋은 물건, 명품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판단기준이 바뀌었다. 이건 아마도 내가 금수저가 아니기 때문에 느끼는 피해의식일지도 모른다. 가진 것이 없을수록 더 있는 척 해야하는 세상.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내가 좇는 것은 돈이 아니야! 하고 합리화를 하지만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수저, 부익부빈익빈.. 이런 것들을 50년 전에 말한 사람이 있다. 1969년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은 같은 연구 성과를 내더라도 이름을 날린 과학자가 그렇지 않은 과학자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 현실을 보고 이를 마태효과라고 일컬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 마태복음 25장 29절

사회현상이 위 구절과 같다, 라고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예시를 들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격언들이 있다. 그전부터 있던 말이더라도 유명인이 말하면 우리는 그 사람이 말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승자가 독식을 하게 되는 세상. 어쩌면 이건 정해진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요 며칠간 파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밥그릇싸움 아니냐’ 였다.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무엇을 위한 선택이냐고. 의료의 질은 투자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건강보험료가 10년 전에 비해 2배가 상승되었다. 그런데도 기피과의 현실은 좋아지기는 커녕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와중에 MRI가 급여화되면서, 건강보험금의 일부가 mri로 유입되고 있고 더 좋은 진단검사의 부담이 줄면서 mri검사 건수가 폭등하게 되었다. 올바르지 않은 방향임은 분명한데, 그렇다고 해결하자니 너무 틀어져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끊임없이 되묻는다. 승자가 독식하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나는 어느 곳에 있냐고. 객관적인 시각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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