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납함과 식기 세트를 샀다. 수납함은 일회용 커피잔으로 대신하고 있던 연필꽂이를 위해서 샀고, 식기 세트는 원룸으로 이사 올 때 본가에서 가지고 왔던 옛 그릇들이라 그냥 바꾸고 싶었다. 집에 와보니 국시 문제집도 새로 도착해있었다. 별 거 아닌 변화이지만 왜인지 새롭게 시작해도 될 것만 같은 기분.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 그리고 새로운 책들과 함께 이제 정말로 슬픔에서 벗어나서 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기뻤다. 이 모든 변화들이 결국에는 돈으로 산 것이라는 게 조금은 슬프지만! 그래도 힐링은 곧 돈이 아니겠는가. 뭐 하나를 사더라도 예쁜 걸로. 좀 더 마감이 깔끔한 것으로..! 나도 어느 v-log에 나오는 집처럼 예쁘게 좀 꾸미고 살아보고 싶어 졌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곧 나의 공간이 완성될 것이고 그것이 곧 나의 자존감이 되어줄 것 같다. 현실은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이지만 말이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실습이 어쩌면 조금 더 연기될 수 있을 것 같다. 엊그제 서류 하나 발급받아야 있어서 병원에 잠깐 들렀는데 나도 모르게 확 생기가 돌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이곳인 기분? 물론 매일 병원에 있는 것도 괴롭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방학은 영 낯설고 힘들다. 마음도 불편하고. 뭔가 해야할 것만 같고. 그렇지만 공부를 하기에는 또 긴장이 풀려있다. 병원에서는 모두가 바쁘고 정신없어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긴장되고 잠에서 깬다. 그러한 묘한 긴장감이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또 고통을 즐기는 느낌은 아닌데.. 아무튼 병원이 그리운 건 그냥 내 시간을 채워주던 것들이 한 번에 사라져서 그런 공허감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아직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사람이 못되나 보다. 공부를 해도 혼자서는 외롭고, 심심하다. 공부는 원래 혼자 하는 건데, 지겹게 틀어놓았던 study with me 영상들도 이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막 만나기에는 코로나 때문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고... 공부랑 사랑하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나? 때로는 뇌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 공부는 너를 사랑해 이렇게 주문이라도 걸어볼까나! 재미있는 일들이 없다보니 글을 쓰는 것도 단조롭고 내 글이 참 재미없는 것 같다. 내 일상의 활력은 원래 어디서부터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