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결혼을 계획하면서 나는 앞으로 혼자서 지낼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언니랑 같이 지내게 된 것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은 언니 덕분에 편하게 살았지. 혼자 살 생각을 하면 솔직히 아직은 두려움이 더 많다. 물론 내가 수련을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면 이 지긋지긋한 동네에서 혼자 지내는 건 길어야 6개월이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나 혼자만의 공간이니까 그냥 막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룸에서 언니와 함께 지내다 보니 짐은 점점 쌓여만 가고... 깔끔했으면 좋겠는 집이 더러워지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집안일도 왜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저절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엄마가 왜 그렇게 매일 먼지를 쓸고 닦고 했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먼지를 보고도 한 번 눈을 감아버리면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나서 굴러다니게 된다(절레절레)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많은지! 방금 돌돌이로 밀었는데 뒤돌면 머리카락이 또 만들어져 있다. 정말 신기해..
오늘은 집꾸미기의 첫걸음으로 책장을 하나 구입했다. 사실 원래 있던 책장으로는 너무 부족해서 당장 시급한 가구였기에 구입한 거지만.. 그래도 가구 하나를 들여놓는 게 원룸에서는 나름 큰일이다. 더럽게 쌓여있는 나의 책들을 조금이라도 정리할 수 있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동네에서 저렴한 책장을 구입했기 때문일까.. 수평도 맞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봤던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하길래 그런 기본적인 것이 갖춰져 있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내가 알고 있지 않으면 불편함이라는 틈이 생겨버린다. 수평은 사실 그냥 신문지 두껍게 껴넣으면 되는 정말 사소한 틈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속상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것을 찾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그 틈이 벌어지는 것 같다. 돈이라는 것이 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하나의 도구인 걸까.. 아무튼 이러한 경험치들이 하나씩 쌓여 나도 제대로 된 집에서 제대로 된 가구들로 살 수 있게 되겠지?
유튜브를 보면 원룸을 참 다들 열심히 꾸미고 사는 것 같다. 요즘에는 하루 최소 18시간 이상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의 일상을 품어주는 이 공간에.. 나도 조금 성의를 다 해야 할 것 같다. 원룸아 남은 1년도 부탁한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