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놀면 뭐하니?에서 엄정화가 갑상선암 수술 합병증으로 고음을 내지 못해 고생하는 내용이 나왔다. 결국 지미유가 엄정화를 위해 직접 보컬레슨을 끊어주었는데, 잃어버렸던 자신감도 되찾고 마의 구간을 해내는 걸 보니 눈물이 찔끔 나올뻔 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찡했다. 스스로에 갇혀서 안될거야, 나는 못해라는 생각에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보컬 선생님이 할 수 있어요- 되잖아요-! 라고 북돋아 주면서 진행했더니 금세 해냈다. 마음까지 어루만진 것이다. 사실 필요한 건 믿음이었나보다.
그걸 보면서, 보컬 레슨이 너무 받고 싶어졌다. 공부해야 하는 시기라는 건 알지만... 일정에 자유로웠던 적이 많지 않아서 꼭 하고 싶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찾아보기는 했었지만 할 용기가 없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 길로 바로 탈잉을 들어가서 신청했다.
총 4회차를 일단 신청했는데, 원데이로는 단기적인 효과만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오늘 해보고 나니,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오히려 4번 안에 할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 오늘 수업은 기본적으로 소리를 내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는데, 펜을 입에 물고 노래를 불러보았다. 물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서 확실히 목에 힘이 덜 들어갔는데, 공기가 지나다니는 길을 열어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혀뿌리가 아래로 향하고, 연구개는 위로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입 뒤 쪽의 공간이 넓어졌다. 또, 목뿔뼈가 살짝 아래로 내려가서 소리가 조금 더 아래로 향하는 듯 했다.

평소 나는 진성으로 지르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때문에 몇 곡 부르지 못하고 목이 힘들어한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또 발음이 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특히 을-, 를- 처럼 받침이 있는걸 발음하다보면 입 앞 쪽이나 뒤 쪽 공간이 좁아지면서 공기가 덜 지나가는 게 이제는 느껴졌다. 오늘 수업을 통해 얻은걸 크게 정리해보자면,
1. 모든 노래를 진성으로 부르는 건 할 수 없다.
2. 발음을 또박또박 하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이렇게 되겠다.
가장 중요한 건 노래도 습관이라는 거였다. 오늘 수업을 다 잊어버리기 전에 열심히 연습해봐야지. 아 역시 배우는 건 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