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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테린이

테니스를 시작한지 4년이 다 되어간다. 학사편입을 통해 다시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여태까지 하지 않았던 걸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4년이면 새로운 취미를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하는 데 써야해서 좀 활동적인 동아리를 하고 싶었는데, 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는 검도와 테니스 뿐이었다. 검도는 고등학교 때 아침 점호라며 새벽 6시에 강제로 일어나서 해야했던 아찔한 경험이 떠올라 바로 뒤돌았다. 그렇게 나는 테니스와 조우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늘 그렇듯이 열정이 넘쳤다. 바로 라켓부터 사고, 테니스화가 없으면 테니스장 출입이 안된다는 말을 듣고 바로 신발매장을 가서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사오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두번 학교 근처의 테니스장에서 다른 부원들이 던져주는 공을 쳤다. 방학 때는 바로 레슨부터 받았는데, 일주일에 4번.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코트까지 가서 30도 넘는 날에도 땀 뻘뻘 흘리면서 테니스를 쳤다. 한 번 레슨을 받고 나면 열 탈진이 와서 거의 하루종일 다른 일을 하지 못했는데, 운동신경이 없어도 너무 없던 나는 그렇게 열심히 해도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다른 동기들은 대충 쳐도 공이 잘만 날아가는데. 매일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 후로는 학기 중에 의과대학 테니스 대회 같은 걸 몇 번 나갔지만 대부분 1회전에서 탈락했다. 여자부는 단식이 거의 없어 다른 동기와 복식을 나갔는데, 매번 1승이 목표였다. 동아리 내에서는 단식 경기도 했는데, 경기만 나가면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실수를 남발했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날이 많았다. 그러면 더 열심히 연습을 하면 될텐데, 테니스가 혼자 할 수 있는 운동도 아니고, 내가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누군가에게 같이 치자고 말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테니스는 나의 아픈 손가락이 되어갔다.

그러다 올해 들어 다른 동기의 제안에 다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테니스를 처음 시작하는 거였는데,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설렘과 열정에 나도 다시 숨겨왔던 테니스를 향한 마음을 꺼내보았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아니 세상 어떤 일이 그렇듯이 내가 마음을 쏟는만큼 딱 그만큼만 변하는 것 같다. 테니스도 마찬가지겠지. 앞으로 열심히 할 일만 남은 것 같다. 4년 동안 늘어나 버린 줄을 다시 조이고, 마음도 단단히 먹어봐야지. 이번엔 놓치지 않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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