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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수능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 이적 <당연한 것들>

수능 하루 전. 시험장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모든 책상에 가림막이 설치되었고, 아이들은 마스크를 끼고 시험을 쳐야한다. 전면만 막고 있는 가림막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만, 모든 불편함은 다 학생들이 떠안게 되었다. 일년 내내 학교를 갔다가, 가지 못했다가, 안그래도 불안한 아이들을 더 벼랑 끝으로 몰고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환기를 위해서 시험 치는 동안 문을 닫지도 못한다고 하는데, 안그래도 영하의 추운 날씨에 하루종일 앉아있어야 한다니. 신경 써야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비행기 이•착륙을 안한다거나 철로 근처의 학교에서는 열차 운행이 중지되는 등 수능을 위한 배려 자체는 과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지만, 안 그래도 힘든 코로나 앞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조차 없었고, 국민 청원이 진행되었음에도 끝끝내 가림막 설치 등이 강행되었다는 점에서 참 안타깝다. 교육 관련 정책들은 왜이렇게 바뀌는 건지. 정작 정시는 늘리지 않으면서 수능에는 관심이 참 많다. 아무튼 신기한 어른들이야.

말이여 방구여

수능 당일만 되면 이상하게 공기는 서늘하고,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분주해 보인다. 아이들이 시험치는데 전국이 긴장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유투브 피드에도 수능을 응원하는 영상들로 가득찼다. 수능 볼 때 하면 안되는 것, 수능 보기 전에 이것만 보고 가세요, 수능 꿀팁 등등 다 챙겨보려면 하루는 모자랄 것 같은 영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예전에 봤던 영상 중에서 공신 강성태가 말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태까지 공부 열심히 해왔고, 그렇기에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으라고. 그 문제를 보는 당시에 드는 생각이 자신의 최선이라면 다시 돌아가도 같은 정답을 찍었을테니 후회하지 말라는 거였다. 수능을 끝나고 맞이하는 세상이, 그리 좋은 세상이 아니라 미안하지만(최근에 회의감이 이래저래 많이 들어버린 터라) 그래도 최선의 하루가 되길. 응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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