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활동적인 사람이다. 그렇게 결론 내리기로 했다. 가만히 있는 걸 잘 못 참겠다. 그래서 공부를 할 때에도 study with me라도 틀어놔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TV라도 틀어놔야 공부를 조금 더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하는 데 쏟고 있으면서도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알면서도 참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기 힘들다.
오늘은 대전을 다녀왔다. 친구랑 다른 일로 카톡 하다가 한 번 볼까 싶었고, 장난처럼 돌린 제비뽑기에서 내가 꽝이 걸려 대전까지 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대전으로 바로 달려갔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고 대화를 했다. 그렇게 6시간 후에 나는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힘든 스케줄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약속을 만들어야 했던 거다. 다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참 말 안 듣는다. 다들 가만히 있기 싫어서 안 돌아다니는 게 아닌데, 나 같은 사람들이 강릉으로 여행 가고, 운동하러 다니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마스크를 꼭 꼭 쓰고, 손 소독도 열심히 하지만 돌아다니 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건 알고 있다. 근데 이게 참.. 변명의 여지없이 내가 잘못하는 거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미스터트롯 순위 발표를 봤다. 목요일에 새벽 1시까지 순위를 보기 위해 기다렸는데, 결국 화만 남은 채 잠들었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도 있다. 나는 사실 미스터 트롯을 챙겨보지도 않았고, 우연히 부모님과 밥을 먹다가 식당 TV에 틀어져 있던 준결승을 보게 되었는데, 보다 보니 이게 참 재밌더라. 오랜만에 무언가를 정말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고, 노래는 또 어찌나 잘하던지. 아주 초반에 출연자들이 나와서 몸이 좋다니, 잘생겼다니 하면서 외모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별로였어서 안 봤는데, 이제는 정말 실력으로 승부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재밌게 보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누구 한 명을 응원하고, 투표까지 한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1등을 하는지는 왜 그렇게 궁금하던지. 결승전 무대에서 다른 출연자들의 무대가 너무 멋지고 대단했어서 혹시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 잠시 생각했지만 역시 예상대로 진은 임영웅이었다. 나 같은 트로트 문외한도 지나가다 우연히 들은 "울면서 후회하네" 를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데, 처음부터 본 사람들은 이미 마음속 진으로 점찍어 두었을지도 모른다. 경연 프로그램을 나가서 수많은 긴장감과 스트레스 속에 무대를 완벽하게 해내는 모든 사람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내가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한 순간이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없는 것 같다. 오늘처럼 팽-팽- 놀러 다니기나 하지.
그렇지만 내일도 나는 무언가를 할 것이다. 가만히 있는 건 너무 지루하니까! 오늘 못한만큼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잘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