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일기

DAY 2 곰팡이의 습격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마구마구 떠오르는 지금.. 생각의 환기를 위해서 아예 다른 생각을 해볼까 싶어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늘은 무엇에 대해 글을 쓸까 하루 종일 고민했는데, 그냥 평소에 했던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는 곰팡이가 안 피는 집에 살고 싶다. 집이라는 공간은 휴식의 공간이고, 나의 에너지를 채워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하지만 그런 중요성을 둘째 치고도 곰팡이 피는 집은 정말 힘들다. 나는 자취를 하고 있는데, 병원과 가깝다는 점 그리고 역세권이라는 점에서 정말 훌륭했기에 이 집을 선택했다. 그런데 겨울이 가까워져 오자 현관문에서 점점 습기가 차기 시작했다. 한쪽 벽이 가벽이라서 그런지 단열이 전혀 되지 않았고, 어느 순간 물이 줄줄 흘러 신발 놓는 곳에 조금씩 고였다. 그러더니 시작된 검은색 곰팡이들의 습격. 운이 좋게도 나는 여태까지 곰팡이가 피는 집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곰팡이는 너무 어렵고도 충격적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곰팡이 포자는 방 안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집주인에게 전화해보니 아무렇지 않게 날 좀 풀리면 다시 도배할게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집은 원래 그랬던 것이다.

 급하게 곰팡이 살균제를 뿌리면서 버텨왔는데, 이제는 신발장 안이 문제였다. 오랜만에 꺼낸 테니스화는 이미 저세상을 간 뒤였다. 세상에, 신발에도 곰팡이가 낄 수 있다니. 놀라서 열어본 신발장은 이미 물기가 촉촉했다. 저세상 가신 신발들이 여러 개그리고 방 끝에 붙어있던 옷장 안에서도 곰팡이가 낀 옷이 발견됐다. 옷장 관리가 이렇게도 어려운 것이었나. 여자 둘이 살기에 이 방은 조금 버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울화통이 터졌다. 멀쩡한 집을 찾는 것은 거의 나의 운명의 끈에 연결되어 있는 다른 실타래를 찾는 것과 같은 일인가 보다.

 자취를 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왜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를 하셨는지 이제야 깨닫고 있다. 집은 거짓말을 안 한다.내가 가만히 있으면 마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마냥 물건들이 제멋대로 뛰놀고 먼지들이 쌓인다. 이 곰팡이들도 결국 나의 게으름 때문일까. 살림은 참 어렵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지 않을까 싶다. 집이 클수록 사람 마음이 넓어진다는 말도 있더라. 물론 방 하나짜리 자취방도 잘 꾸리지도 못하는 내가 큰 집을 다스릴 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욕심은 난다. 혹시 몰라, 좋은 집에 살면 열심히 청소할거야. 아…마도?

'오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시간~~  (0) 2020.02.26
위로..  (0) 2020.02.25
오늘의 고뇌  (0) 2020.02.23
멜로가 체질  (0) 2020.02.22
DAY 1  (0) 2020.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