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들은 쏟아내는 나에게도 듣는 상대방에게도 비수가 되어 박힌다. 상황 자체에 대해서만 화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화가 난 순간 이미 그 상황을 넘어서고 서로에게 창을 던진다. 방패 없는 싸움. 그렇게 마음은 부서져 간다. 나도 모르게. 서서히.
완전히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가치관들 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동일하다면 그거 하나로도 관계를 맺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나에게는 어떤 가치관이 중요한가. 차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평소에 생각해 두지 않으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잠식될 것이다. 나만의 가치관을 알지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 마치 맞는 것인 양 살아가고 싶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를 잘 몰랐다. 그냥 매일매일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잘 해결하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 어떤 꿈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나에게 좋은 지. 운이 좋게도 짧은 인생에서의 몇 가지 선택이 우연히, 그리고 운 좋게도 나를 의대로 데리고 왔지만, 도전하기 직전까지도 나는 사실 확신은 없었다. 목표가 사라진 자의 새로운 목표 설정이었을까. 다행히 실패하지 않았지만, 실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또 나를 두렵게 만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나에게 실패가 몰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복에 겨운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는 나를 좀 알아보려고. 더 늦기 전에.
위기가 없는 삶은, 순탄대로의 삶은 인생일까. 누구나 굴곡진 인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이, 그리고 또 좋은 일이. 그 크기가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일의 나에게는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국가는 지금 위기다. 우리 병원에도 이제 확진자가 입원해 있다고 한다. 건강하게 퇴원하길. 모두들 아프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