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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자가치유

사람이 참 간사한게, 글을 써야하는 기한이 12시라고 하니 또 이 시간에 여기 와있다. 나라는 사람은 역시나 미리 부지런히 하는게 안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도 뭐, 온 게 어디야. 저번에 온앤오프를 슬쩍 봤는데, 매일 글을 쓰는 이슬아 작가도

그것보다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도망왔다. 필기의 열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는데, 실기 공부를 하겠다고 책상 앞에 앉아있다. 책상과 떨어지려면 아직 한참인가보다. 그렇게 공부해도,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게 힘들다. 가만히 앉아 공부만 해도 되는 걸 감사해야 하는데,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기들과 실기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필기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몇 개를 맞았다, 이 정도면 몇 등급이지 않냐, 하는 그런 이야기들. 이런 대화 주제는 늘 불편한데,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누가 보더라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다. 남의 성적은 정말 손톱만큼도 궁금하지 않은데, (사실 손톱만큼 정도는 궁금하다) 귀를 닫으려고 해도 또 숫자는 기가막히게 들린다. 나의 점수를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더 좋을 지 모르지만 일단 도망을 쳤다. 떳떳하지 못했다. 내 자신이 싫었다. 지난 시간이 아까웠다.

겉으로 괜찮은 척, 아니 척 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보다 못한 사람으로 위안삼고 싶지는 않은 기분이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고, 내가 어떤 성적을 받았던간에 세상은 똑같더라.

음 역시
시련은 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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