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시 실기는 참 신기한 시험이다.
크게는 2가지를 나눠서 시험을 치루는데, 하나는 특정 증상으로 병원을 온 모의환자와 면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술기를 모형에 직접 해보는 것이다. 술기는 흐름이 정해져있고, 해야 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만들어진 시험이기 때문에 연습만이 살길이다. 결국에는 병원에 가서 해야하는 일이기에 미리 체험하는 기분도 든다. 아무리 모형이라지만, 나름 실제와 가깝게 만들어져 있는 비싼 아이들이고, 사람으로 연습하기에는 여러 윤리적 요소들이 있기에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밌는 건 면담이다. Clinical presentation을 줄여 cpx라고 부르는 시험인데, 예를 들자면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문진하고, 신체 진찰까지 진행해서 진단, 검사방법, 치료 등에 대해 10분 안에 설명해야 한다. 신기한건, 10분이라는 시간도 참 짧은데 실제 병원에서는 소위 말하는 '3분 진료'가 만행한다는 거다. 물론, 병원에 비해 굉장히 개괄적인 증상을 갖고 있어서 감별진단 해야 하는 질병이 많아서인데,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점이 씁쓸하게 느껴지긴 한다.
내가 '재밌다'고 말한 포인트는 사실, 사람마다 참 다양한 형태로 이 시험을 치루고 있다는 점이다. 습관, 말투, 자신의 생각 등이 여과없이 드러나 버리는데, 그걸 고치기에는 10분이라는 시간은 가혹하다. 게다가 이 시험의 채점자는 의료인이 아니라 교육된 연기자이기 때문에, 전문 지식으로만 점철된 대화는 만점보다 0점에 더 가까워진다.
하루종일 동기들과 환자-의사 역할을 번갈아가며 하고 있자니 힘들어 죽겠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들 의사 비스무리한 모양새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내일도 버텨낼 수 있기를.
오늘의 일기